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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G20 회의장에 콘크리트 장벽이라니, 부끄럽다

G20 정상 회의가 두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경찰이 회의장 주변에 안전방호벽을 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서울경찰청은 서울시가 코엑스 주변에 설치하는 차단시설물을 제작할 업체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고 밝혔는데요. 언론에 보도된 관련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모형 콘크리트 구조물에 특수 플라스틱을 붙인 시설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 구조물의 높이는 총 2m. 하단부 91㎝, 상단부 129㎝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 시설물에 가로막혀 회의장 쪽을 볼 수가 없는 거죠. 경찰은 2m 높이의 시설물을 모두 822개 제작해 코엑스 주변을 둘러쌀 거라고 합니다.

코엑스 주변에 세워질 이 시설물을 길게 이으면 1.64㎞. 모두 8억 3101만원을 쏟아부어 시설물을 구매할 예정인데요  구체적인 설치 구간은 경호상의 이유로 경찰이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G20 홍보대사들과 사공일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 서울 G20 정상회의 홈페이지(http://www.seoulsummit.kr/kor)

이 소식을 접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G20 정상들을 보호하려는 목적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경찰도 '안전방호벽이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하지만 장벽 설치는 세계에서 오는 인사들에게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없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셈이기 때문에 부끄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

또한 이 2m짜리 장벽을 본 G20 정상들이 마음 편하게 회의를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입니다. 죄를 짓고 몰래 숨어서 작당모의를 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받을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회의장 주변에 사람 키보다 큰 장벽을 둘러싸는 것은 '요인들이 이곳에 있다'라는 것을 외치는 꼴이기도 합니다. 경호를 하겠다고 설치한 시설물이 경호를 방해하는 거죠.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정부가 고작 생각해낸 게 장벽이라니... 미관상 좋지도 않고, 경호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입니다. 서울시는 지난 5월부터 온갖 비난에도 각 자치구 도로 단속을 늘려 노점상 집중 단속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이미 G20 때문에 국민들에게 지나친 통제를 한다는 인권단체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거리 정화, 기초질서 확립'을 내걸고 거리 미관과 장식에 심혈을 기울인 정부가 생각해낸 게 흉물스러운 장벽 설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입니다.

G-20 정상회의 소개. 출처 : 서울 G20 정상회의 홈페이지(http://www.seoulsummit.kr/kor)

지나친 국민 통제와 과도한 장벽 설치로 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이 장벽은 국민들에게 정부가 주장하는 G20 정상회의 개최의 감동 대신 위화감과 거북함을 안겨줄 게 뻔합니다.

2년여 전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 세워졌던 컨테이너 장벽, 이른바 '명박산성'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했던 정부가 이번에는 '코엑스 산성'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하는 걸까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콘크리트 방호벽은 부작용만 불러 올 겁니다. 무조건 방호벽을 둘러싸는 것보다 단계적,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다시 한번 경호 문제를 검토해봐야 합니다. 김연아 선수와 한효주 씨를 아무리 홍보 대사로 내세워도 소용 없습니다. 국민들은 불통을 상징하는 장벽대신 소통하는 모습, 흉물스러운 장벽 대신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을 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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