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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소통하겠다더니, 상지대 비리재단 승인한 교과부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8.8 개각에 쏠려 있는 사이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17년 만에 상지대가 비리재단 체제로 회귀했습니다.

어제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격적으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선임한 상지대 정이사에 대한 임명을 했습니다. 상지대의 비리 구재단 측 추천인사 3명, 학내 구성원 및 교과부 추천 인사 각 2명, 임시 이사 1명 등 이사진에 대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한 겁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가 다음달 회의를 열어 상지대 문제에 대한 긴급현안질의를 할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상지대 구성원을 비롯한 국민들은 국회의 김문기 측 이사 선임을 강행한 사분위에 대한 질의를 통해 '비리재단 복귀'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사분위의 이사 선임을 교과부가 승인해버린 겁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 정이사 8명 중 구재단 추천 인사 4명씩이나 선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한 학생이 김문기 구재단의 복귀를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비리재단의 상지대 경영권 복귀를 허용한 사분위 결정에 교과부의 재심을 요구해왔던 상지대 구성원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이사 투쟁과 사무국 사무실을 점거 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이제 상지대 사태는 파국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과거 1990년대처럼 상지대는 수업 거부와 농성이 이어질 게 뻔합니다.

교과부의 성급한 결정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교과부는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분규가 생긴 사학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 부처가 오히려 상지대를 분규사학으로 만들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어제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취임 전에 상지대 문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포석이라고 하지만, 장관 전에 차관으로 일했던 이 장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않죠.

상지대 정이사 선임안을 놓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회 회원들이 김문기 비리구재단의 복귀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특히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김영진 민주당 의원의 '사학분쟁위원회가 상지대 비리를 묵인하고 동조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이 장관은 어제 취임식에서도 '현장의 학생·학부모·교사·과학기술인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교과부의 결정은 상지대 비리를 묵인하고 동조하고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현장의 학생과 소통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아울러 상지대 사태는 비리사학의 복귀를 허용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비리를 저질러도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거죠. 과거 비리를 저질렀던 재단 측이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돌아오는 것은 대통령이 강조한 '교육비리 척결'이나 '공정 사회'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다시 공은 교과부로 넘어갔습니다. 소통을 강조한 이주호 장관은 잘못된 이번 조치를 되돌려야 합니다. 국회를 통해, 사회적 논의를 통해 상지대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다시 상지대를 분교사학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소통, 비리척결, 공정사회는 말 만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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