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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노무현 특검' 주장, 조현오 청문회 물타기용

어제 한나라당 회의에서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액의 차명 계좌 때문에 자살했다'는 발언의 진위를 특검으로 밝히자는 겁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역사적 진실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말고 바로 특검으로 하자"고 주장했고, 나경원 최고위원도 "이 부분에 대해서 결국 검찰수사로 밝혀질 것이 없다면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이렇게 생각을 한다"고 거들었습니다.

'막말 강연'으로 궁지에 몰린 조 내정자를 구하려는 의도가 읽힙니다. 각종 논란을 불러왔던 막말로 낙마 위기에 놓인 조 내정자 문제를 '특검 정국'으로 반전시키려는 겁니다. 천안함 유족들이 조 내정자의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도 한나라당이 특검 공세를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것 같습니다. 천안함 유족 문제가 해결된 만큼 차명계좌 발언은 특검을 통한 진실공방으로 끌고 가겠다는 계산입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특검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이미 검찰은 조 내정자의 차명계좌 발언에 대해 황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 내정자의 발언이 거짓임을 당사자가 확인해 준 겁니다. 또한 조 내정자마저 차명계좌 부분을 '주간지인지 인터넷 언론 기사인지를 보고 한 말'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정확한 공식기록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언론 보도를 보고 진실인 것처럼 발언한 것은 공직자의 신뢰성을 100% 담보하지 못합니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력 사건 현장을 방문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최지용


사실 조 내정자가 경찰을 대상으로 한 정신교육에서 전직 대통령의 차명계좌 문제를 들고 나온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죠. 서울시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청장이 전직 대통령의 불행했던 일을 들추어내 시위 진압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차명계좌 발언과 천안함 유족에 대한 발언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조 내정자의 시위 대처에 대한 강경한 입장도 드러났습니다.

"여름철 되고 그러면은 물포에 최루액을 섞어서 쏘면은 겨울철 못지않은 효과도 나타낼 수 있을 겁니다. 물포 맞고 죽는 사람 없지 않습니까?... 미국 경찰은 폴리스라인 넘으면 속된말로 개 패듯이 경찰봉을 사용하거나 팔을 꺾고, 쇠파이프 화염병 죽창 만들어 공격하면 총으로 바로 쏴버립니다."

"촛불시위 때 여대생 사망설, 경찰 강간설 경찰 프락치설 이런 걸 만들어서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해가지고 국민들 마음에 경찰에 대한 반감을 갖도록 반정부 정서를 갖도록 적극적으로 획책하는 게 법질서 파괴세력의 실체입니다."


국민의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낸 조 내정자가 사회의 치안을 별 탈없이 책임질 수 있을까요? 분명히 사회 갈등을 유발시키고 국민적인 반발을 불러 올 게 뻔합니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관련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19일 밤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규탄 및 서울경찰청장 파면 촉구 시민대회'에서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조 내정자의 파면과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여당은 이 모든 문제를 특검 정국으로 날려 버리려고 합니다. 인사청문회 일정을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키더니 이제는 특검으로 조 내정자를 감싸고 있습니다. 막말이 알려지고 나서 초기에 고개를 들었던 조 내정자의 자진 사퇴 및 내정 철회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청문회를 앞두고 검찰도 부인하고 있는 차명계좌 실체를 밝히자며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분명한 '논점 흐리기' 입니다. 아무리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 구하기'가 급하다고 해도 서거한 전진 대통령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일은 하지 마십시오. 도가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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