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이야기

조현오 청문회 확정, 국민 무시한 결정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23일로 확정됐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어제 오전 회의를 열고 조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개최에 반대한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 등을 의결했습니다.

어제 행안위의 회의를 지켜보면서 '여당과 야당의 인식차이가 참 크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여당은 청문회 실시를 주장했고 야당은 청문회 불가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퇴장 전까지 민주당 의원들은 조 내정자의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발언 등을 지적하며 자질을 검증할 필요도 없는 파면감이라며 청문회 실시에 반대했습니다.

최규식 민주당 의원은 "조 내정자는 청문회에서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것도 없는 즉각적 파면감이다,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로 사법처리 대상인 사람"이라고 지적했고, 장세환 민주당 의원도 "조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는 여야간의 논쟁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다, 인사청문회를 하는 것 자체가 국회 모욕이고,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히는 게 도리라며 청문회 개최를 주장했습니다.

김정권 한나라당 의원은 "언론에 보도된 것 이상이 있을 수도, 이하가 있을 수도 있다, 청문회 일정을 진행하며 국민들에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고, 박대해 한나라당 의원도 "인사권자가 내정한 이상 국회는 청문회를 반드시 해야 한다, 청문회를 통해 조 내정자에게 어떤 하자와 흠결이 있는지를 알리는 것도 국회의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어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


이렇게 어제 회의에서는 여야가 다 국민을 내세웠습니다. 여당은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하며 청문회 실시를 주장했고, 야당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청문회 불가를 주장했습니다.

물론 두 주장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는 것은 빈약한 논리입니다. 조 내정자의 발언은 이미 인사청문회에서 자질 검증을 해야 하는 수준을 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안함 유족을 향한 망언뿐만 아니라 시위진압에 대한 과격 발언은 조 내정자가 경찰청장이 될 만한 자질이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줬습니다. 민주당의 주장대로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구속수사를 해야 할 사안입니다.

또한 문제 발언 이외에도 장관 내정자들의 통과의례처럼 여겨지는 위장전입도 저지른 적이 있습니다. 이 위장전입는 분명한 불법행위죠.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력 사건 현장을 방문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최지용


어제 회의에서 여야의 청문회 개최 여부에 대한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결국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 불가 방침을 거듭 밝힌 뒤 퇴장했습니다. 한나라당 소속 안경률 행안위원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남은 상태에서 회의를 진행시켜 오는 23일에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나라당 단독으로 청문회 개최를 확정하는 것을 보면서 여당과 청와대가 정말 여론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조현오 방패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조 내정자가 자진 사퇴하거나 청와대에서 임명 철회하는 게 맞죠. 이렇게 국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사람이 나라의 치안을 책임진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아직 청문회까지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동안 조 내정자와 임명권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를 바랍니다.

p.s 제 글이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