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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5년간 8번 '펑' 천연가스버스, 예고된 인재

"버스 무서워서 타겠냐?"
"그래도  출근시간에 보니까 사람 꽉 찼던데요?"

어제 저녁 후배와 압축천연가스 버스 폭발사고에 대해서 잠시 얘기를 나눴습니다.

'시민의 발'인 천연가스버스가 '도심의 폭탄'으로 변해버린 사건은 정말 충격적이었죠. 사고 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휴지조각조럼 찌그러진 버스와 깨진 유리조각들 그리고 부상을 입은 시민들.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가 얘기했듯이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압축쳔연가스 버스를 타야 됩니다. 버스가 위험하다고 택시를 탈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시민들은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약속장소에 나가겠죠.

그런데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이와 같은 폭발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언론보도를 보니 이미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전국에서 7차례나 비슷한 사고가 발행했다고 합니다. 한번도 아니고 이미 7번이나 발생한 폭발사고를 보면서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9일 오후 천연가스 버스 폭발사고 현장. 출처 : 오마이뉴스


-2005년 1월 : 천연가스버스 가스 충전 중 가스용기 1개 파열 버스 반파(전북 완주)
-2005년 8월 : 충전 중 천연가스버스 가스용기 폭발(전북 전주)
-2007년 12월 : 달리던 천연가스버스 가스용기 폭발(경기 구리 북부간선도로)
-2008년 7월 : 충전 뒤 가스용기 폭발로 버스 반파(충북 청주)
-2008년 8월 : 충전 중 가스용기 폭발(광주 동구)
-2008년 9월 : 정지한 천연가스버스 가스용기 배관 폭발(인천 부평)
-2009년 7월 : 충전하던 가스용기 폭발(전북 익산)


이런 연이은 사고에도 정부는 천연가스 버스에 대한 제대로 된 안전검검을 하지 않았습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도입한 지 10년이 지난 천연가스 버스 가스용기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어떤 방식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규정도 없이 '시민의 발'을 방치했다니... 황당합니다.

미국이 자동차 연료통에 대해 3년마다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출고 당시에만 정밀 검사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버스에 연료통이 충격으로 헐거워져 발생할 수 있는 연료 누출 감지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천연가스 버스는 말 그대로 '달리는 폭탄'이었던 셈입니다.

또한 대부분 다른 나라들은 가스용기 연료통을 지붕에 설치한다고 합니다. 가스가 누출돼도 버스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라는데요. 가스안전공사도 바닥에 설치된 연료통을 지붕에 설치하라고 권고했지만, 자동차 회사와 버스회사가 비용 때문에 난색을 표명했다고 하죠. 보도에 나온 버스운전기사들의 멘트를 보니 교통안전공단은 운전기사들에게 '폭발위험이 절대로 없다, 수류탄을 던져도 안 터진다고 했다'고 합니다.

서울시 환경안전본부 홈페이지 캡쳐화면(http://env.seoul.go.kr/envpolicy/envpolicy03_08.html



천연가스 버스가 디젤 버스보다 대기오염을 줄여준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의 안전을 내맡기고 탈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천연가스 버스는 안전성과 연료 효율성이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각종 보조금, 세금감면 혜택으로 천연가스 버스 보급에만 열을 올린 지자체와 정부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고는 예고된 인재였습니다. 안전기준도 없고, 안전검사도 하지 않는 시한폭탄이었습니다. 7차례나 관련 사고가 있었는데 대응이 너무나 늦었습니다. 안전을 위한 조치보다 천연가스 버스 보급이라는 실적에만 매몰되어 있었습니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노후화된 가스용기를 전량 수거해 폐기하고 천연가스 버스를 위한 확실한 안전기준 마련을 해야합니다. 돈이 많이 든다고요? 시간이 많이 든다고요? 만약 안전을 담보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천연가스 버스 운행을 중지하는 게 낫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환경보존은 가치가 없습니다.

지금도 언제 '도심의 폭탄'으로 변할지 모르는 '서민의 발' 천연가스 버스가 시내를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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