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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김문기 아들이 상지대 정이사, 결국 세습된 비리재단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 구성원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바람을 외면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국 사분위는 '비리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김문기 전 이사장의 경영권을 인정했습니다.

사분위는 어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회의를 열어 상지대 이사 9명을 최종 확정했는데요. 총 9명의 이사 중 정이사가 8명, 임시이사 1명입니다.

이사진 구성을 살펴보면 정이사 김문기 전 이사장 측이 8명 중 4명을 추천했고, 현 상지대 측이 2명, 나머지 2명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천했습니다. 이종서 전 교과부 차관는 임시이사가 됐습니다.

언뜻 보면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김문기 전 이사장이 정이사에서 빠졌고, 9명의 이사 중 4명만 김 전 이사장 측 인사라 이사회 장악이 안 될 것처럼 생각됩니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입니다. 나중에 임시이사 1명을 김문기 이사장 측 재단이 추천한 정이사로 바뀌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 정이사 8명 중 구재단 추천 인사 4명씩이나 선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한 학생이 김문기 구재단의 복귀를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시간이 흘러 여론의 관심이 식은 뒤 김문기 이사장 측이 임시이사를 자기 쪽 사람으로 교체하겠죠. 그렇게 된다면 9명 5명의 이사를 확보한 옛 재단이 상지대 구성원들의 우려대로 상지대를 장악하게 되는 겁니다.

더욱 더 큰 문제는 김 전 이사장의 둘째아들 김길남 씨의 정이사 선임입니다. 김 씨는 상지여고와 상지중의 재단인 상지문학원 이사장으로 해당 교직원들을 근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상지대 관련 집회에 동원해 강원도교육청으로부터 ‘기관주의’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사분위가 김 씨를 정이사에 선임했다는 것은 김문기 전 이사장에서 시작된 비리재단의 세습을 인정한 것과 다름 없습니다. 정이사가 되지 못한 김 전 이사장이 마음대로 상지대 문제에 개입할 확실한 고리를 확보한 셈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가 상지대 정이사 8명 중 구재단 추천 인사 4명씩이나 선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한 학생이 김문기 구재단의 복귀를 반대하며 농성을 벌이다가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비리재단 세습이라... 정말 황당한 일입니다. 김 전 이사장은 상지대의 설립자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본래 정이사도 아니었습니다. 김 전 이사장은 지난 1972년 임시이사로 파견됐다가 1974년 자신을 스스로 정이사로 선임했습니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1993년 교육부 감사 결과 김 전 이사장이 파견된 이후 공식적인 이사회의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사회 없이 상지대를 김 전 이사장이 독단으로 운영한 거죠. 또 그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발행했습니다.

사분위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확정함에 따라 상지대 파문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사분위 결정 이후 상지대 구성원들은 투쟁의 강도를 높인다고 밝혔습니다. -옛 재단 학원 복귀를 반대 범시민 탄원서와 서명운동 -수업거부와 시험거부 운동 등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연좌농성을 별이던 학생 세 명이 연행되기도 했습니다.

상지대 정이사 선임안을 놓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학생, 교수, 교직원, 동문회 회원들이 김문기 비리구재단의 복귀 반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박병섭 비대위 위원장은 "17년 동안 추진해 왔던 상지대 정상화 노력이 비리재단의 복귀 때문에 물거품이 돼서는 안 된다"라며 "사분위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재심청구와 효력정지가처분 등 모든 법적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상지대 학생들의 집회를 취재하면서도 '설마 그렇게 될까'하고 반신반의하던 일들이 모두 현실이 됐습니다. 학생들의 삭발도 눈물도 단식도 철야 농성도 사분위의 퇴행적 결정과 교과부의 외면 속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과 교수들이 반대하는 것을 끝까지 밀어부친 결정이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비리재단의 세습까지 허용하는 대한민국의 '너그러움'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사립대에도 쫓겨났던 비리재단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상지대 사태는 상지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학생과 교수 더 나아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문제입니다. 우리 모두 앞으로 힘든 투쟁을 펼쳐나갈 상지대 구성원들에게 힘을 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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