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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민간인 불법사찰 '몸통' 없다? 특검으로 밝혀야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꼬리 자르기'식 수사로 막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불법사찰을 지시했는지, 어떻게 보고됐는 지 등 국민들이 관심 깊게 지켜본 실체에는 접근하지 못한 검찰 수사가 된 겁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민간인 김종익 씨를 불법적으로 사찰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등 피의자들을 오는 11일 기소하면서 일단 수사를 마무리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속영장에 담긴 이 전 지원관 의 혐의사실을 법적 제한 시간까지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죠. 검찰은 이 전 지원관에 대한 기소 이후에도 '윗선'과 '비선 보고' 등 불법사찰의 몸통을 밝히는 수사는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몸통을 밝혀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돌아가는 검찰.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검찰은 지난 한 달 동안 '비선 보고' 라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해왔고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불러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지만, 밝혀낸 게 없습니다. 이 전 비서관 등 당사자들이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이들의 진술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일찌감치 이인규 전 지원관 등의 불법사찰 혐의를 밝혀내고 이 전 지원관 등을 구속하면서 수사가 활기를 띄었지만, 본격적인 몸통 수사에 들어가면서 검찰의 칼 끝이 무뎌진 느낌입니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파손 되는 등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만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있는 창성동 정부종합청사 별관의 모습.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야당이 주장했던 이른바 '영포라인'의 실세에는 접근도 못한 검찰 수사가 됐습니다. 검찰이 의지만 있었다면 이영호 전 비서관 뿐만 아니라 '윗선'과 '비선 보고' 의심이 있는 인사도 수사 대상에 올려놨어야 했습니다.

이대로 수사가 마무리 된다면 아무런 지시도 받지 않은 이인규 전 지원관이 알아서 민간인 불법사찰을 했다는 말이 됩니다. 과잉 충성심 때문에, 공명심 때문에 불법사찰을 했다? 누가 이것을 믿겠습니까.

국민들의 비웃음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하드디스크 파손 등 기록물을 훼손한 범인도 못 잡는 부실한 검찰 수사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동안 여야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민간인 불법사찰을 비판하면서 모든 것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지금이 그 주장을 실천할 때입니다. 이제는 특검으로 '윗선' '비선 라인' 등 모든 의혹을 밝혀내야 합니다.

만약 이번 검찰 수사로 모든 게 끝난다면 검찰과 정치권은 국민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겁니다. 살아남은 '몸통'은 새로운 '깃털'로 불법을 자행할 게 뻔합니다. 어떤 외압도 작용할 수 없는 독립된 수사로 민간인 불법사찰의 '몸통'을 찾아내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다시 '사찰 공화국'으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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