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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답답한 국회 윤리위, '강용석 징계' 의지 있나?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술자리 성희롱' 파문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이번주 월요일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소집됐습니다.

취재를 하기 위해 가보니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많은 취재진들이 와 있더군요.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윤리위원들의 빈자리가 더 크게 보였습니다.

국회 윤리위는 강 의원에게 어떤 징계를 내릴까.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데 윤리위원장은 징계 사안은 비공개라면서 바로 취재진의 퇴장을 명령했습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위원회 의결을 통해 공개하자고 요구했습니다. 위원들이 동의하면 공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죠.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징계 논의를 위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윤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정회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를 공개로 진행해야 한다며 요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하지만, 여당 의원들이 반대했습니다.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은 "이렇게 같은 동료 의원을 징계하는 회의는 공개회의로 진행할 경우 소신 발언을 하기 어렵다. 국회법에 따라 비공개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비공개 회의 진행을 주장했습니다.

소신 발언?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미 드러난 강용석 의원의 '술자리 성희롱' 발언에 대해 소신있게 밝힐 의견이 있다는 것은 강 의원을 변호하겠다는 것이니까요. 아니면, 징계를 최대한 가볍게 하자는 의견을 밝힐 수도 있겠죠.

여야가 맞서자 위원장은 여야 간사가 공개 여부를 논의하라면서 회의를 정회했고 두 시간 가까이 지난 뒤에야 여야 간사가 소위원회 구성 전까지 공개하는 것을 합의해 가까스로 회의는 속개됐습니다.

하지만 회의는 강용석 의원에 대해 언급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에 반발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다시 정회됐습니다.

대학생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이 7월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성적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강 의원이 "화학적 거세법 등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 사안(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문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라며 비공개 회의 진행을 비판하는 도중 한나라당 의원이 회의실을 나가버렸습니다. 특히 이은재 의원은 "앉아서 들어봐라"는 백원우 민주당 의원의 외침에 "말씀 삼가해!"라는 반발 고성까지 지르며 퇴장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여야는 징계안을 상정했지만, 논란이 됐던 회의 공개 여부와 강 의원의 참석 여부 등에는 결국 합의하지 못하고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국회 윤리위에서 결정할 수 있는 징계 종류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제명 등이 있습니다. 징계안이 결정되면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효력이 발생하죠.

성세정 한국아나운서연합회장을 비롯한 각사 아나운서들이 2일 정갑윤 국회 윤리특별위원장을 만나, 아나운서 비하 및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 징계안 처리과정과 결과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런데 벌써 3일이 흘렀지만, 국회 윤리위는 감감 무소식입니다. 보도를 보니 윤리특위위원장과 여야 윤리위 간사들은 스위스에 있다고 하네요. 선진 의회 시찰이 스위스행의 이유입니다. 위원장과 소위원장을 맡은 두 의원이 없으니 회의가 열릴 수가 없겠죠. 윤리위 회의는 9일 스위스에서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돌아온 뒤 11일에야 열린다고 합니다. 답답합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라고 강조하던 야당 의원들도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속한 제명 조치를 취했던 여당은 제명 조치를 결정하는 의원총회를 아직까지 미루고 있습니다. 7.28 재보선을 위한 선거용 제명 조치였다는 비난을 받을 만합니다.

결국 '국회의원들도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입니다. 제발 국회 윤리위와 여당은 여대생과 아나운서들에게 성적 모욕을 준 국회의원의 행위에 대한 징계 의지를 보여 주십시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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