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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4대강에 올인하는 정부, 경로당에는 싸늘?

대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을 해도, 이포보와 함안보에서 환경 활동가들이 고공농성을 벌여도 정부는 4대강 사업 추진 의지를 꺾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정부는 홍보가 잘 안 된 탓이라며 그저 홍보를 더 열심히 해서 국민들을 설득하겠다고 합니다.

지난 2년여 동안 국가부채가 108조원 이상 늘어났는데도 정부는 4대강 사업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국토해양부는 국가하천정비 운영비.연구개발비 등 54억원, 환경부는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 설치비 13억원, 농림부는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비 12억원을 4대강 홍보비로 전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가 수질개선과 홍수예방에 써야 하는 예산 79억원을 4대강 사업을 홍보하는 데에 썼다는 겁니다. 헛웃음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정부는 수질개선과 홍수예방을 한다며 4대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정작 강을 살리는 데 써야 하는 예산 79억원을 홍보에 써버렸네요.

환경운동연합 상근자 3명이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 4대강 사업 한강 제3공구 이포대교 옆 이포보에 올라가 4대강 사업 중단 점거농성을 벌이며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라고 적힌 대형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정부의 강한 의지는 내년도 예산에서도 드러납니다. 5조 4000억원. 정부가 요구한 예산은 올해보다 5398억원, 11% 정도 늘어난 수치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 3조8000억원을 여기에다 더하면 총 사업비는 9조2000억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정부는 4대강 사업에는 올인하면서 시급한 복지정책에는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하니 다른 곳은 구멍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구멍은 복지분야에서 찾을 수 있는데요. 특히 어제 보도된 경로당 난방비 전액 삭감은 충격적입니다.

한 마을 경로당의 모습. 출처 : 오마이뉴스


경로당에 한번쯤은 가본 적이 있으시죠? 경로당은 외로운 어르신들의 사랑방이죠. 어르신들이 모여 정겨운 대화도 하고 함께 식사도 하고 장기나 바둑도 두는 안식처입니다. 그래서 노인복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경로당이라고 말합니다. 선거 때도 정치인들이 꼭 들리는 곳이 경로당이죠. 그곳에 가면 동네 어르신들을 다 만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중요한 경로당의 난방비 예산 410억 6,500만원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겨울철 따뜻한 경로당에 모여 친구분들과 시간을 보내실 어르신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22일 오전 경기도 여주 4대강 사업 한강 제3공구 이포대교 옆 이포보 교각에서 환경운동연합 상근자들이 4대강 사업 중단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공사 현장에는 대형 크레인과 굴착기가 투입돼 여전히 공사 작업을 하고 있다. 촬영 : 오마이뉴스 유성호


여당은 6.2 지방선거에서 전국 곳곳을 다니며 경로당 난방비 지원을 약속했지만, 결국 허언이 됐습니다. 이 난방비 예산을 당정협의에서 관철을 못 한 건지 아니면 처음부터 표 때문에 거짓말을 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당은 어르신들에게 드리는 경로당 난방비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겁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보건복지부가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내년도 예산을 살펴보면 여러 부문에서 예산이 삭감됐습니다.

-재정 빈곤층 쌀 지원 예산인 양곡할인 예산 10% 삭감
-보육시설 미이용 아동 양육지원을 예산 올해 대비 150억원 삭감
-장애인 자녀학비 지원 예산 10% 삭감
-장애인보조기구 지원대상 2,625명 축소
-장애인 복지시설 기능보강 사업 6억 2400만원 축소
-부랑인 시설 기능보강 사업 예산 1억 5천만원 삭감
-기초생활수급자 3년째 163만2천명으로 동결


이해할 수 없습니다. 4대강 사업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서민과 빈곤층 그리고 어르신과 장애인의 복지예산까지 줄여 가면서 속도전을 해야 하는 걸까요? 환경적인 문제도 심각하지만, 복지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재래시장에 가서 상인들의 손을 잡고, 물건을 산다고 해서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않습니다. 정부는 예산을 적극적으로 집행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경로당과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따뜻하게 해줘야 합니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정부는 어디로 갔습니까. 이대로 가다가는 경로당은 물론 민심까지도 싸늘하게 식어버릴 겁니다. 정부는 경로당 난방비 지원 예산 삭감을 되돌리고 줄어든 복지예산을 원상복구 하기를 바랍니다. 국민보다 복지보다 우선하는 토목 사업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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