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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야기

독거노인 100만 돌파에 담긴 슬픈 현실

6년전 전 직장을 다닐 때 회사 동료들과 두세달의 한번씩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직장 근처 독거노인들을 위해 도배를 새로 해드리는 거였는데요. 생전 처음 해보는 도배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도배지를 조금씩 삐뚤삐뚤하게 붙여서 애를 먹었지만, 어르신들을 돕는다는 생각에 마음은 뿌듯했습니다. 도배가 끝나면 꼭 어르신들은 간식 거리도 내어주시고 이것 저것 정감있게 물어봐 주시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르신들에게는 낡은 도배지를 바꾸는 것보다 사람들이 찾아와 말벗이 돼 주는 걸 더 좋아하셨던 것 같습니다. 손주들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셨겠죠.

혼자 사시는 어르신 가구가 처음으로 100만 가구를 돌파했습니다. 어제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1인 가구인 독거노인 가구가 104만3989가구로 추정돼 지난해 98만7086가구에 비해 5만6903가구가 증가했습니다. 2008년 90만 가구였던 독거노인 가구가 2년 만에 100만 가구를 넘어선 겁니다. 가파른 상승세죠.

연령대별로는 70대 초.충반이 34만 천여가구로 가장 많았는데요. 정부는 격변기를 거친 70대 노인들의 자녀들이 직장을 찾아 따로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혼자 길을 걸어가는 노인. 출처 : 오마이뉴스


제가 도배 봉사를 할 때도 물어보면 어르신들은 다 자녀들이 있지만, 거의 찾아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하루 하루가 더 외롭고 쓸쓸하게 느껴졌겠죠.

이렇게 봉사 활동으로 채워줄 수 있는 감정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돈이나 복지 혜택같은 경제적인 문제도 큽니다.

정부는 2년 전부터 노인들의 생활안전을 위해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도입했죠. 지난해 혜택을 받은 노인들은 전체 69%. 하지만 보건복지부에서 이 기초노령연금을 줄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현행 전체의 70%에서 40%까지 줄이자는 거죠. "중산층 노인에게 가는 기초노령연금의 혜택을 줄이고 다른 사각지대 복지에 활용해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지금 어르신들이 받는 기초노령연금도 용돈 수준입니다. 독거노인들의 상당수가 극빈층이지만, 가족이 있기 때문에 월 4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할 수도 없는 상태죠. 그래서 폐지를 수집해 파는 일 등을 하며 힘들게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서울시 외곽 독거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달동네. 출처 : 오마이뉴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노인복지 정책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합니다. 격변기를 거치며 나라 발전에 공헌해온 분들을 정부와 사회가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보수'의 가치를 외치고 있는 정부에서는 더욱 더 신경써야 할 부분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면 복지관을 돌며 노인분들의 손을 잡아주던 정치인들은 지금 뭘하는 건지 답답한 생각도 듭니다.

어르신들이 편히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경제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부양할 힘이 없는 아들, 딸이 있다는 이유로 그냥 방치할 수는 없습니다. 세밀한 분석을 통해 소득별, 건강상태별로 어르신들을 도와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구나 늙어가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늙어갑니다. 독거노인들의 모습은 10년, 20년, 40년 뒤의 우리의 모습입니다. 정부와 사회는 실질적인 노인연금제도를 실시하고 어르신들의 사회참여를 위해 일자리 창출과 복지체계 점검에 힘을 쏟기를 바랍니다.

즉, 국민 모두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잘 모실 수 있는 정책을 지지해야 합니다. 독거노인 가구 100만 돌파에 담긴 슬픈 현실이 바로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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