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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승려들도 탤런트 이다해 DVD를?

라오스 여행기 2011/07/20 08:00 Posted by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
짐을 싸는 일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특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싸는 짐은 슬프기까지 하다.  오늘이 바로 짐을 싸면서 슬픔을 느끼는 날이다.

쇼핑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배낭은 2주 전보다 더 뚱뚱해졌다. 희한한 일이다. 라오스의 추억이 배낭 속으로 스며들었나 보다.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은데 인사를 받아줄 사람이 없다.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낡은 선풍기와 텔레비전에게 힘없이 손을 흔들고 로비로 내려왔다.

식료품 바구니를 연결한 장대를 어깨에 얹고 걷는 아주머니들.

활기찬 비엔티엔 거리.


오늘은 청년 대신 키가 작은 아주머니가 카운터에 앉아 있다. 배낭을 맡아달라고 부탁하고 밖으로 나왔다. 어제는 없었던 아주머니들이 식료품 바구니를 연결한 장대를 어깨에 얹고 총총 걸음으로 남푸 분수 쪽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그 뒤를 마치 한 일행이나 되는 것처럼 툭툭과 승합차의 행렬이 따라간다.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오토바이들은 이쪽 저쪽 몸을 흔들면서 차량을 피해갔다.

도로 위에서 빗자루를 팔고 있는 여성.


다시 하루가 시작됐다. 어제 흘러간 하루처럼 사람들은 바쁘게 거리를 지나갔다. 서글프다. 내일이면 나는 이 거리에 없겠지만, 모든 건 그대로겠지. 이곳 사람들의 일상에는 원래 내가 없었으니까. 내 일상에 이곳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버스터미널 입구에 자리잡은 상점들.

복잡한 터미널 앞 거리.


움직이자. 잡념을 떨쳐 버리려면 움직여야 했다. 남푸 분수에서 북동쪽에 있는 아침 시장 탈랏 사오(Talat Sao)로 향했다. 아침이 지나 시장이 문을 닫으면 어쩌나 하고 조바심을 내면서 걸어 가보니 장사가 한창이다. 이름만 '아침 시장'인가 보다.

뒷유리를 흙먼지로 '코팅'한 낡은 버스.


시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버스 터미널부터 구경했다. 평일 오전이라 승객들이 별로 없다.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나라의 버스 터미널과 비슷했다. 과일을 파는 상점, 바게트 빵을 파는 상점 등 배고픔과 외로움을 달래줄 가게들이 버스 승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버스 승객들을 유혹하는 먹을 거리.


뒷유리를 흙먼지로 '코팅'한 낡은 버스도 있었지만, 쌩쌩해 보이는 미니 버스들도 꽤 많이 보였다. 버스를 보니 다시 본능이 살아난다. 기회만 있으면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은 '여행자의 본능'이랄까.

버스터미널 모습.


버스를 못 본척 몸을 180도 돌려 시장으로 들어갔다. 시장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서울 동대문 시장처럼 옷을 파는 상점이 빽빽이 들어서 있나 싶더니 안 쪽에서는 아주머니들이 고기와 과일, 채소를 팔고 있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말고 있는 아주머니도 보이고, 국수집에 앉아 허기를 달래는 아저씨도 눈에 들어 온다. 종합시장이 따로 없다.

동대문 시장처럼 느껴졌던 재래시장 입구.

고기를 팔고 있는 가게.

시장 안에 있는 미용실.


꽃을 찾는 나비처럼 여기 저기 옮겨다니며 흥정을 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진지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시장 풍경은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각종 식료품을 팔는 상점들.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들.


다른 가게는 그냥 지나갈 수 있었지만, 국수집은 지나치기 힘들었다. 슬쩍 국수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가 주문도 안 했는데 척척 국수를 말아준다. 돼지껍데기가 둥둥 떠 있는 국수다. 국물은 느끼하면서도 고소했고 면발은 쫄깃쫄깃했다. 후루룩 후루룩 세 번만에 면을 먹어 치우고 국물을 목 뒤로 넘겼다. 하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온다. 그순간 시장 구경은 머리 속에서 사라졌다. 제사보다 젯밥에 관심 있는 사람처럼 나는 '득템'보다 '먹을 거리'에 감동해 버렸다.

즐겁게 국수를 먹는 사람들.

느끼하고 고소했던 국수.

국수를 말아준 아주머니.


아주머니에게 국수값 1만 낍을 계산하고 '싸바이디~' 인사를 했다. 아주머니는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웃으면서 '싸바이디~'라고 한다. 혹시 라오스 사람인줄 알알던 내가 어색한 라오스말을 하는 걸 듣고 놀랐나.

아이들 책가방을 파는 상점.

시장 근처 인도는 노점이 차지하고 있었다.


시장을 떠나 근처 쇼핑몰에 들어갔다. 2007년에 완공된 최신식 탈랏 사오 쇼핑몰이었다. 가운데가 뻥 뚫린 타원형 모양의 쇼핑몰에는 액세서리, 기념품, 의류 등이 손님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서 그런지 재래시장보다 손님이 없다.

한국 DVD를 구경하고 있는 승려들.

DVD 가게 한쪽 벽면을 채운 한국 드라마 DVD.


조용한 쇼핑몰 분위기에 기운이 빠져 나가려는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보인다. '어, 송혜교다!' 그 위에는 이다해, 그 옆에는 이영애다. 반가운 얼굴들이다. 한국 드라마 DVD가 라오스에도 있을 줄은 몰랐다. DVD 가게에는 한 벽면 전체가 한국 드라마 DVD로 채워져 있었다.

비엔티엔 서쪽 거리.


내가 사진을 찍으면서 관심을 보이자 내 뒤에 있던 승려들이 다가와 한국 드라마 DVD를 번갈아 들어본다. 한참을 들여다 보더니 이다해가 출연한 '추노' DVD를 한 장 사서 나간다. 신기했다. 승려들도 한류에 빠졌나 보다. 아니면 탤런트 이다해에게 빠졌거나. 신세대 승려들이다. 그런데 사원에도 DVD 플레이어가 있을까.
 

도로 위에서 본 티코.

물건을 어깨에 짊어지고 걷는 여성들.


한국 배우들을 실컷 구경하고 쇼핑몰 밖으로 나왔다. 벌써 오후다. 이제 라오스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5시간 밖에 안 남았다. 이 조바심. 이 무력감. 오랜만에 느껴본다. 10여년 전 군대에서 4박 5일 첫 휴가를 나왔다가 복귀하는 심정이다.

즐겁게 시소를 타는 아이들.

그늘 아래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


 
이번에는 메콩강변 공원길을 따라 서쪽으로 올라갔다. 잔디가 듬성 듬성 자라고 있는 공원 공터에는 사람들이 돗자리 위에서 쉬고 있었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그늘 아래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모습이 기분 좋다. 공원 놀이터에는 어린 자매가 시소를 타고 있었고 대여섯명의 아이들은 미끄럼틀에서 놀고 있었다. 모두들 신났다. 아이들은 내 마음을 알까. 이 타들어 가는 마음을.
 

땡볕 아래 서있는 건설장비들.


그러나 흐뭇한 풍경은 곧 사라졌다. 땡볕에 버티고 서있는 건설장비들이 불청객이었다. 건설기계들은 금방이라도 사람들 쪽으로 달려올 것만 같았다. 메콩강변을 중장비들이 휘젓고 다닐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발전이라는 목표에 라오스도 얼마나 많이 시달릴까. '세계에서 제일 나른한 수도'라는 수식어가 비엔티엔 앞에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야외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사람들.


이제는 여행을 정리해야 할 시간. 근처 북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2주일 동안 수첩에 적어둔 메모를 정성스럽게 훑어봤다. 이렇게 행복했구나. 즐거웠구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일주일 동안 동고동락한 대봉, 우연히 재회했던 니콜, 부산에서 소주 한 잔 하기로 한 안젤라, 서울에 꼭 오겠다던 아돌 그리고 한류에 흠뻑 젖어 있던 태국 커플까지. 그립다. 너무나 소중한 인연이다.
 

턱수염의 감촉도 느껴봤다. 까칠까칠, 따갑다. 여행하는 동안 제법 자랐다. 내 마음도 이만큼 성장했을까.

강변에 펼쳐진 테이블.


날이 벌써 어두워진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걸어나가 보니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앉아서 비어 라오와 함께 여유로운 저녁을 먹는다. 오늘 비행기를 타는 사람은 없는 게 분명했다.

분위기 좋은 야외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발길을 강변으로 돌렸다. 우와~ 카페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안 보이던 테이블 수십 개가 공터에 놓여져 있었다. 그 앞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철판 위에 고기와 생선을 올려 놓고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군데 군데 자리를 잡은 트럭에서는 국수나 볶음밥을 만든다. 누가 마법을 부린 것처럼 순식간에 분위기 좋은 야외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생선을 굽고 있는 아주머니.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제 저녁을 마지막 만찬으로 여겼던 내가 틀렸다. 나도 모르게 테이블 앞에 앉아 비어 라오와 계란야채볶음밥을 주문했다. 얼른 먹고 가야지. 그때 누가 나를 향해 말을 건넨다.

"안녕~ 혼자 왔어요? 같이 먹을까요?"

"아, 좋아요!"

합석을 제안한 독일 청년 우베.


착하게 생긴 서양 남성이 내 앞에 앉았다. 이 남성은 독일 청년 '우베', 스포츠용품 판매점에서 일하면서 암벽 등반을 즐긴단다. 여행을 온 건 같았지만, 남은 시간은 달랐다. 나는 곧 라오스를 떠나고 우베는 일주일이나 더 머물 예정이었다. 우베는 앞으로 돌아볼 곳에 대해 얘기했고, 나는 2주 동안 돌아본 곳에 대해 말해줬다. 내 표정이 시무룩했는지 우베가 뭐라고 한다.

"정호~ 돌아가기 싫구나? 괜찮아. 언제든지 다시 떠나면 되잖아. 일상으로 돌아가야 다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거야. 슬퍼하지마~"

떠나기 전 기념촬영, 찰칵!


딱딱한 영어 액센트로 나를 위로하는 우베. 고맙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음식을 다 먹고 작별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우베가 기념촬영을 하잖다. 찰칵~ 카메라 셔터 소리가 구슬프게 들린다.

우베를 남겨두고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찾았다. 카운터는 아직도 아주머니가 지키고 있었다. 아주머니에게 인사하고 나와 손님을 기다리고 있던 툭툭에 얼른 올라탔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공항으로 가달라'고 말하는데 아주머니가 밖으로 나와 손을 살살 흔든다.

깊어가는 비엔티엔의 밤.


깜짝이야. 툭툭 기사 아저씨는 내가 시간이 없는 줄 알았나 보다. 툭툭은 내가 손을 흔들기도 전에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 나간다. 비엔티엔의 빌딩과 도로와 사람들은 나를 지나 멀어져갔다. 붙잡고 싶어도 붙잡을 수 없는 풍경이다.

어느새 시끄럽게 울어대던 툭툭이 멈춰섰다. 공항이었다. 사람들은 공항 입구로 빨려들듯이 들어갔다. 그래, 다시 떠나면 된다. 돌아가야 다시 떠날 수 있잖아. 우베의 딱딱한 영어 액센트가 툭툭의 엔진소리 대신 귓가에 맴돈다.

아름다운 남푸 분수의 야경.

흔들리는 툭툭에서 찍은 거리.


아, 이 바람. 따뜻하고 부드러운 밤공기. 첫날 밤 비엔티엔 땅 위에서 나를 간지럽혔던 그 바람이 다시 나를 감쌌다. 우울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그날 밤처럼 설렌다.

그래, 다시 떠나면 된다. 나는 배낭을 어깨에 짊어지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비엔티엔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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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realand2011 2011/07/21 16: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 laptopbatteries 2011/08/20 15: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보자. 부러워서 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3. 이청용 2012/01/01 16: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4. 김보경 2012/01/07 0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작품을 계속

  5. Arianna 2012/04/03 2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것을 살 여유가 없습니다.

  6. 노라 2012/04/05 2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습니다, 그것을 사겠습니다

  7. Beverly Hills Weight Loss Surgery 2012/04/06 0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은 훌륭한 작가예요, 진정으로 더 많은 독서에서 내게 매우 흥미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단어를 넣어하는 방법을 알고.

  8. Birth Injury lawyers 2012/04/13 2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당히 좋은 내용, 게시물의이 종류는 확실히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한명과 함께 좋습니다.

라오스 여행 최후의 만찬 '미트볼 쌈'

라오스 여행기 2011/07/18 08:00 Posted by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
낮에 찾은 메콩강변은 생소하게 느껴졌다. 장군 동상 아래에서 향을 피우고 기도하던 수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늠름하게 보였던 동상은 오늘 쓸쓸해 보였다.

쓸쓸해 보이는 건 동상 뿐만이 아니었다. 저 앞에서 흐르는 강도 쓸쓸하기는 마찬가지. 잿빛 시멘트와 시커먼 아스팔트가 강과 사람 사이를 가로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강변 주변 공사는 아직 진행 중인 것 같았다. 공사가 다 끝나면 어떻게 될까.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동상을 향해 '힘내세요!'라는 짧은 인사를 건네고 거리로 돌아왔다.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볼까 하다가 멈춰섰다. 여행 막바지, 쉬엄 쉬엄 다니고 싶었다. 트럭 히치하이킹에 버스에서 1박 2일까지 했다. 이 정도면 쉴 만한 자격이 충분하겠지.

메콩강변의 모습.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메콩강변.

쓸쓸해 보이는 장군 동상.


카페에 들러 커피와 큼지막한 빵을 주문해 먹었다. 카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컴퓨터로 무언가를 찾는 남자, 여행 책자를 펴놓고 계획을 짜는 여성들, 즐겁게 수다를 떠는 사람들. 카페 안은 진한 커피향과 자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기운이 난다. 맘 놓고 쉬려고 카페에 갔는데 다시 몸이 근질 근질하다. 역시 가만히 쉴 팔자가 아닌가 보다. 식어버린 커피를 한번에 입 안에 털어 넣고 밖으로 나왔다. 그새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카페에서 커피와 빵으로 기력 보충을!


그렇다고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그늘을 찾아 몸을 숨기고 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햇살이 쏟아지는 거리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낮잠을 자러 들어갔나. 불교의 나라답게 블록마다 사원이 하나씩 자리잡고 있다. 사원의 이름은 달랐지만, 겉모습은 다 똑같아 보인다. 시선을 끌려는듯 사원에는 저마다 화려한 그림과 장식이 달려 있었다. 더위를 피하는 중인지 승려들은 보이지 않았다. 여행자들만 유심히 사원을 둘러보고 있었다.

빌딩들 사이에 있는 불교 사원.


화려한 모습으로 시선을 끄는 사원.


비엔티엔 거리에 있는 사원의 모습.


사원을 지나 계속 내려갈수록 도로는 넓어지고 차량은 많아졌다. 큰 호텔과 은행 등 처음 보는 빌딩이 줄지어 있었다. 비엔티엔의 또 다른 부분을 보는 느낌이다. 조그마한 공원에 서있는 장군 동상과 사방으로 머리가 달려 있는 코끼리상을 감상하고 이번에는 북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도심 속 불교 사원.

신발을 벗고 불당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북쪽에는 상점들이 많았다. 대부분 전파상이나 철물점이었다. 서울의 옛 세운상가나 청계천 주변 상점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이제는 서울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거리는 물건을 내리는 트럭과 물건을 사로 나온 사람들이 탄 오토바이로 북적였다. 트럭과 오토바이가 뿜어내는 매연이 독하다.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얼른 상점들을 지났다.

비엔티엔 서쪽에는 호텔과 은행 그리고 동상을 서있다.

머리가 사방으로 달려 있는 코끼리상.


이번엔 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용한 주택가에서 한숨을 돌리면서 걸어 내려오니 학생들이 어디선가 쏟아져 나온다. 시간 빨리 간다. 벌써 수업이 끝날 시간인가 보다. 학교 안을 보니 여자 아이들이 신나게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고 남자 아이들은 축구공에 달라붙어 있다. 비엔티엔이 수도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입고 있는 교복이 다른 지역 아이들 것보다 더 깨끗해 보인다.

복잡한 상점 거리.

옛 세운상가를 떠올리게 하는 상점 거리.


고무줄놀이와 공놀이의 유혹을 뿌리친 아이들. 하지만, 아이들의 집에 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았다. 겨우 교문을 나선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노점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군것질에 정신 없는 학생들.


초라한 노점이었지만, 아이들 눈에는 최고급 레스토랑 저리 가라였다. 튀김과자와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 보기만해도 군침 도는 군것질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손에 넣고 나서야 겨우 집으로 간다. 군것질을 좋아했던(지금도 좋아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 그 시절. 배우는 기쁨보다 먹는 기쁨이 더 컸던 시절이었다.

휴대폰을 파는 큰 마트가 있다.


아이들이 군것질하는 모습을 보니 배가 고파온다. 아까 카페에서 생각해뒀던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서쪽 차이나타운 쪽에 있어서 꽤 걸어야 했다.

2,30분 걸어간 다음에야 그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온다. 툭툭을 타고 올 걸. 교통비 아끼려다가 쓰러지겠다. 땀을 닦으며 레스토랑에 들어가려는데 한국 간판이 맞은 편에 걸려 있다. 비엔티엔에서 처음 보는 한국식당이었다. 그 건너편에도 한국식 중국음식을 파는 조그마한 식당이 영업 중이었다.

처음 본 한국 식당들.

한국식 중국음식점도 있다.


순간 갈등했다. 한국음식으로 향수를 달래야 하나. 만약 여행 초반이었다면 한국음식을 선택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참을 수 있었다. 내일 집에 돌아가서 실컷 먹으면 되니까.

아직 한산한 홀에서 테이블을 잡고 구운 돼지고기 미트볼과 라이스 롤을 주문했다. 그리고 비어 라오도 한 병 시켰다. 음식은 훌륭했다. 두툼한 돼지고기 미트볼은 삼겹살과 맛이 비슷했다. 오히려 씹는 맛이 있어서 삼겹살보다 더 맛있게 느껴졌다. 고기를 싸먹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채소와 달콤한 쌈장도 있어서 좋았다. 시원한 맥주에 고소한 고기! 환상의 커플이 따로 없었다.

입안에서 살살 녹았던 '돼지고기 미트볼 쌈'


그동안 억눌려 있던 식탐이 다시 돌아왔을까. 음식을 하나 더 시키고 말았다. 이번에는 돼지고기 튀김만두였다. 입 안에서 들어온 만두는 바삭바삭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사라져갔다.

바삭바삭한 고기만두.


그러고 보니 오늘이 라오스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구나. 마지막 만찬인 셈이었다. 내일 밤 비행기를 타기 전에 저녁을 먹기는 하겠지만, 이렇게 느긋하게 즐길 수는 없을 거다.

비어 라오를 한 병 더 시켜 남은 롤과 만두와 함께 먹었다. 여종업원이 내가 음식을 시킬 때마다 웃는다. 혼자 많은 음식을 시켜먹는 내가 신기한가 보다. 맛있는 걸 어쩌랴. 체면은 이미 버린지 오래다.

여성들이 즐겁게 밀가루 반죽을 해서 만든 튀김.


정말 집중해서 먹었나 보다. 햇살이 가득하던 거리를 어둠이 뒤덮어 버렸고, 어느새 비어 있던 내 주위 테이블에 사람들이 다 앉아 있다. 만두와 롤을 테이크 아웃하는 손님들의 계속 이어졌다. 맛집이 맞구나.

터질 듯한 배를 쓰다듬으며 레스토랑을 나섰다. 항상 느끼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은 정말 명언이다.

고소했던 밀가루 과자.


명언은 증명될 때 가치가 있는 법. 나올 대로 나온 배를 숨기고 군것질까지 해버렸다. 맞다. 만행이다. 그래도 오늘 만은 참지 않으리. 여자 둘이서 열심히 밀가루를 빚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튀김 떡처럼 생긴 것을 하나 사먹고, 다른 노점에서는 밀가루 과자 세 개를 집어 들었다.

밀가루 과자 두 개를 한꺼번에 입에 넣고 나니 힘들다. 이젠 더 이상 못 먹겠다. 오늘 먹은 칼로리가 얼마나 될까. 음... 여자 친구에게는 비밀로 해야겠다. 아, 기분 좋다. 선선해진 바람도 시원했다. 

예쁜 조명 분수.


하지만 기분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내일이면 집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거다. 일상으로... 마냥 길어 보이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라오스 여행. 그 끝이 코 앞에 다가와 있었다.

일상? 복귀? 잊자. 잊어 버리자. 아직 나는 라오스에 있으니까. 마지막 남은 밀가루 과자를 입 안으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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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정 2011/07/18 0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 갑니다
    즐거운 한주가 되세요 ^^

  2. select comfort mattress 2011/12/08 2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식의 그룹, 오, 내 입 물 것들의 사진입니다.

  3. sinus 2011/12/18 15: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문서에서는이 주제에 대한 몇 가지 위대하고 유용한 정보가 있습니다. 형식을 읽고 이해할 수있는 쉬운 그것을 공유 주셔서 감사합니다.

  4. 유병수 2012/01/01 19: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5. 고명진 2012/01/07 0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6. handyortung kostenlos 2012/01/16 06: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 도서 일을처럼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다 당신이 책을 작업을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알아. 올해 닫을 때, 당신은 회계사에 표시되는 영수증 북적 신발의 상자를 가져와.

  7. Tagesgeldzinsen 2012/02/08 18: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양 건축은 매우 친절하고 철저한입니다. 이 분야에서 전통은 오늘날에도 매우 강하다. 모든 자존심 아시아 건축가는 구체적인 디자인을 소개합니다.

  8. 사바나 2012/04/04 05: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소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9. 오드리 2012/04/05 2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10. heekwankim 2012/04/07 15: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경 잘 했습니다

  11. Birth Injury lawyers 2012/04/13 2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분석 블로그 게시물 즐겼다. 어쨌든 제가 피드에 가입됩니다 그리고 난 당신이 잠시 후 다시 게시할 예정입니다.

  12. 브룩클린 2012/05/09 05: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죄송합니다.

  13. 로렌 2012/05/11 0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라오스] 다양한 불상을 만날 수 있는 호파케우

라오스 여행기 2011/07/13 07:30 Posted by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
툭툭에 푸른 새벽을 남겨 두고 남푸 분수에서 아침을 만났다. 가슴이 뛰었다. 13일 만에 다시 찾은 곳. 집에 돌아온 것처럼 좋다. 그래, 이곳은 내 고향이나 다름없다. 비엔티엔을 떠나 라오스 북부부터 남부까지 내려갔었으니까. 

바로 숙소를 잡고 잠들기가 아쉬워 눈 앞에 보이는 남푸 분수를 가까이 보러 갔다. 어, 이상하네. 아직 7시도 안 됐는데 사람들이 있다.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이다.

저건... 탁발이다! 루앙프라방에서 봤던 탁발이 남푸 분수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혹시 루앙프라방 꿈을 꾸고 있나 해서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아무리 봐도 탁발이 맞았다.

날이 밝아 오는 남푸 분수 근처 모습.


분수 뒤에서 아주머니 다섯 명이 맨발로 무릎을 꿇고 앉아 오렌지빛 승려들에게 음식을 주고 있었다. 음식을 승려들에게 주고 나서 기도하는 모습이 경건하다. 탁발을 보니 루앙프라방이 새삼 그리워진다.

탁발을 지켜보고 나서 지난번에 머물렀던 게스트 하우스를 다시 찾아갔다. 현관 안으로 들어가자 첫날 밤 나를 맞았던 앳된 청년이 졸린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아서 '잘 있었냐'고 했더니 청년은 웃기만 한다.

남푸 분수 광장에서 탁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남푸 분수 광장에 이른 아침부터 왜 사람이 있나 봤더니 탁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른 거리에서도 탁발이 진행 중이다.


그때와 똑같은 가격에 똑같은 방이었다. 다 그대로였다. 분수도, 게스트 하우스도, 청년도, 내 방도 나에게는 익숙했다. 익숙함은 지루함을 내포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좋다. 특히 1박 2일 버스여행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는 최고였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띠리링~띠리링~'

복잡한 비엔티엔의 도로.


알람소리에 눈이 떠졌다. 벌써 밤인가? 놀라서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돼 간다. 13시간이나 잤다니. 그래도 하품이 나온다. 피곤하긴 했나 보다. 몸을 일으켜 밤공기나 쐬려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치 한낮처럼 밝았다. 다시 시계를 보니 밤이 아니라 낮이다. 잠결에 알람을 잘못 맞춘 모양이다. 게스트 하우스 밖으로 나가보니 아무도 없었던 거리에는 툭툭과 자동차 그리고 사람들이 한 데 뒤엉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잠들어 있어야 할 태양도 벌써 일어나 있었다.

다시 침대로 돌아갈까 하다가 거리로 나섰다. 이왕 일어났는데 다시 잠들기에는 너무 시간이 아까웠다. 게스트 하우스 옆 가게에서 바게트 샌드위치와 아이스커피로 늦은 아침을 먹었다. 맛이 그대로다. 이런 게 고향의 맛일까?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들.

큼지막한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


비엔티엔은 딱 하루밖에 보지 못해서 볼거리가 많이 남아 있었다. 먼저 발길을 호파케우(Haw Pha Kaew)로 돌렸다. 호파케우는 옛 왕실에서 에메랄드 불상을 모시기 위해 지은 사원이다. 에메랄드 불상은 없지만, 대신 각양 각색의 불상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립박물관처럼 쓰인단다. 라오스에서 제일 아름다운 불상들을 모시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남푸 분수 광장 앞 큰 길을 따라 걸어갔다. 도로는 복잡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들, 그 사이를 쏜살같이 달리는 오토바이 그리고 느릿느릿 도로를 휘젓고 있는 툭툭. 비엔티엔은 확실히 수도다. 다른 도시를 돌아보고 와보니 비교가 된다. 큼지막한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 타는 여성들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긴소매 옷으로 햇볕을 가리고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들.


입장권을 끊고 호파케우 안으로 들어가자 잘 꾸며놓은 정원이 나를 맞는다. 국립박물관이라고 하더니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호파케우는 상상했던 것보다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기품이 있었다. 파란 하늘과 푸른 정원 사이에 놓인 호파케우는 매력적이었다.

옛 왕실에서 에메랄드 불상을 모시기 위해 지은 사원, 호파케우.


사원 둘레에 놓인 불상과 황금빛 장식이 달려 있는 문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정말 다른 곳에서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 불상이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 크기도, 색깔도, 생김새도 다 달랐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불상을 만들 수 있었을까. 개성이 넘친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게 너무나 아쉽다.

사원 주변으로 전시된 불상.

황금빛 사원의 문.


천천히 불상을 둘러보고 나와 보니 서양에서 온 단체 여행자들이 기념 사진 찍느라 바쁘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를 보더니 한 아저씨가 사진 좀 찍어 달란다. 흔쾌히 찍어줬더니 일본 사람이냐고 물어본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라고 대답했더니, 다짜고짜 서울은 너무 복잡했다고 고개를 젓는다.
 

사원 내부 입구 쪽에 있는 불상.

사원을 지키고 있는 용 모양의 석상.


뭐라고 할 말이 없어서 카메라를 건네주고 사원 밖으로 나왔다. 서울이 복잡한 건 사실이니까. 복잡하더라도 뭔가 매력이 있었다면 '서울은 아름다웠다' '서울의 음식은 맛있었다' 등의 말을 했을 텐데... 복잡하기만 하고 별 매력이 없었나 보다.

사원을 감상하러 들어오는 인파.


멋있는 호파케우.


호파케우 옆에는 대통령궁이 있었다. 들어갈 수 있나 하고 봤더니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서너 명의 사람이 철문에 딱 달라 붙어 불평 중이었다. 마치 죄수들이 꺼내달라고 아우성치는 것처럼.

"왜 못 들어가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굳게 닫혀 있던 대통령궁.


한 아주머니가 나를 보더니 큰소리로 하소연을 한다. 나도 여행온 건데 괜히 내가 미안하다. 대통령궁 마당에서 물청소 중인 남자들은 우리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철문 앞에서 버티던 사람들은 지쳤는지 하나, 둘씩 흩어졌고 나는 다시 메콩강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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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여행] 버스 안에서 1박 2일!

라오스 여행기 2011/07/07 08:00 Posted by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
"쿵! 쿵! 쿵!"

비가 오나? 어디서 천둥치는 소리가 들린다. 졸린 눈을 비비며 억지로 눈을 떴다. 뭐야! 버스 안 통로에 포대가 쌓였다. 눈이 크게 뜨고 앞을 바라보니 아저씨들이 무거워 보이는 포대를 하나씩 들고 들어와 통로에 차곡 차곡 쌓고 있었다. 포대에는 무섭게 생긴 개미가 그려져 있다. 금방이라도 포대에서 뛰쳐나와 사람들을 물어 버릴 것 같다.

너무 황당하고 놀라운 일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자고 있다. 이게 흔한 일인가 보다. 버스는 아예 머리를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 안에 쳐박고 있었다. 버스 통로를 포대로 가득 채운 다음에야 아저씨들은 더 이상 버스에 오르지 않았다.

자는 사이 버스 통로에 쌓인 포대.


희한한 일이다. 여객 버스 통로를 화물로 채우다니. 그러고 보니 나는 낮에 트럭 짐칸에 탔었구나. 할 말이 없다. 다시 버스는 창고에서 머리를 빼고 도로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문을 열어둔 채 달린다. 차가운 바람이 다시 내 팔다리를 사정없이 휘감는다.

이번에는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잠을 깼다. 포대 소리에도 요지부동이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자정이 다 됐는데 어디를 가는 거지? '스르륵 스르륵' 통로 위 포대를 밟는 소리가 요란하다.

밤 늦은 시각 휴게소에 멈춘 버스.

없는 것 없는 휴게소 매점.


차창을 통해 밖을 보고서야 사람들이 내리는 이유를 알았다. 버스가 서 있는 곳은 꽤 규모가 큰 휴게소였다. 먹을거리를 파는 매점들이 길게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는 기어이 밤을 새서 달릴 모양이었다. 나도 포대 위를 뒤뚱거리며 지나 버스에서 내렸다. 화장실에 갔다가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고 다시 버스에 타는데 주차돼 있는 버스들이 눈에 익숙하다.
 

똑같은 매점이 줄지어 있다.


'고속관광' '자동문' 'ㅇㅇ고속'

반가운 글자들. 휴게소에는 이외로 한글을 새긴 버스가 많았다. 늦은 시각, 버스들은 머나먼 라오스에서도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도너츠를 준 소녀에게 음료수를 주려고 봤더니 이불을 뒤집어 쓰고 쿨쿨 자고 있다. 소녀가 깰까봐 옆자리에 살며시 음료수를 놓았다.

 

반가운 한글이~

이건 '자동문`!


여기는 어딜까. 정말 비엔티엔으로 가는 걸까. 좀처럼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잠들어야지. 추위가 찾아오기 전에.

"왕위엔!"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새벽 5시 40분, 비엔티엔 버스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 추위도 느끼지 못했고, 한 번도 깨지 않았다. 소녀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음료수는 소녀의 옆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음료수를 챙겨들고 짐을 챙기는 아주머니들을 지나 버스에서 내렸다.

가지각색의 버스가 휴게소에 서 있다.


음~ 상쾌한 새벽 공기! 얼마 만에 맡아보는지 모르겠다. 빡세를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한 버스가 다음날 새벽 5시 40분에 비엔티엔에 도착한 덕분이다. 13시간 만이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버스 안 1박 2일'을 해버렸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계획의 변동성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묘미보다 비극에 가까웠다. 머리에 딱 달라 붙은 머리카락과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얼굴 그리고 당장 나를 쓰러뜨릴 것 같은 피곤함과 뻐근함이 그 증거였다.

비엔티엔 버스터미널에는 대여섯 대의 툭툭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이 찜찜함. 어서 숙소를 잡고 씻고 싶었다. 버스 터미널 안에 들어와 있던 툭툭을 잡아 타고 있는 힘껏 '남푸 분수!'를 외쳤다. 툭툭 기사는 내 상태를 알아차렸는지 있는 힘껏 속도를 낸다. 날카롭던 엔진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 비엔티엔의 새벽, 도로는 탁 트여 있었다.

비엔티엔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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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기자가 쓴 베트남 종단 여행기 '오감만족 베트남' 박정호 기자가 쓴 베트남 종단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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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all-lee 2011/07/07 0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으로 루앙프라방 정말 좋았어요. 왕위엔... 가고 싶었는데...담엔 꼭 가볼 생각입니다.

  2. laptopbatteries 2011/08/20 15: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떤건 좋은데 저래입고 지하철좀 타지 말앗으면
    미어터지는 상황에 신체접속은 어쩔수 없지만
    시선처리는 대략난감

  3. 천사 2012/01/01 15: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4. 이청용 2012/01/07 0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5. 애디슨 2012/04/03 2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것을 살 여유가 없습니다.

  6. 라일리 2012/04/06 04: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해가 안갑니다.

  7. 카일 라 2012/05/08 2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8. 클레어 2012/05/11 08: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습니다, 그것을 사겠습니다

바나나와 바꾼 라오스 소녀의 도너츠

라오스 여행기 2011/07/06 08:00 Posted by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
그렇게 30분 정도 달렸을까. 한산했던 도로가 활기를 띈다. 오토바이도 많아지고 건물도 도로 양 옆에 자리를 잡고 있다. 시내로 들어왔다. 트럭이 멈춰서고 우리는 짐칸에서 내려왔다. 온 몸에 힘을 주고 있어서 뻐근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바로 버스 터미널 앞이다. 참 착한 운전기사 아저씨다. 아저씨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프랑스 여행자들과도 헤어졌다. 손님을 기다리던 툭툭에 올라타더니 금세 복잡한 도로 속으로 사라진다.

트럭은 시내로 접어들었다.


오토바이와 툭툭, 차량이 뒤엉킨 거리.


비엔티엔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으려고 터미널로 들어가려는데 바로 앞에 '비엔티엔'이라고 적힌 팻말을 단 버스가 있다. 아, 트럭처럼 이 버스도 우리나라에서 건너왔다. 그런데 너무 낡아 보여서 장거리를 달린다는 말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문 앞에 티켓을 손에 쥔 아저씨가 있길래 물어봤다.
 

"비엔티엔? 얼마예요?"
"네, 14만 낍이요."

비엔티엔으로 간다는 낡은 버스.

버스터미널의 모습.


설마, 이렇게 낡은 버스가 비엔티엔까지 갈까? 주저하고 있는데 바로 출발한다고 타라고 한다. 급박한 아저씨의 목소리에 돈을 건네고 버스에 올랐다. 겉모습과는 달리 우리나라 광역버스처럼 자리가 두 개씩 두줄로 배열돼 있었다. 특히 꽃무늬 좌석 커버가 인상적이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30분. 오늘 안에 비엔티엔에 도착할 수 있으려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올라탔다.

버스 안에서 바라본 거리 풍경.


조급한 내 마음을 아는지 버스는 내가 타자마자 출발했다. 버스는 열기를 식히려는 듯 문을 열어둔 채 복잡한 도로를 천천히 지나갔다. 그리고 중간 중간 멈춰서 손님들을 태웠다. 대부분 짐보따리를 든 아주머니들이었다. 멀리 비엔티엔에 물건을 팔러 가는 것 같았다.

고속도로처럼 보이는 넓은 도로에 접어든 버스. 이제 본격적으로 달리는가 싶었는데 버스는 다시 휴게소처럼 보이는 곳에 멈춰섰다. 승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버스에서 내려 매점에서 먹을거리를 샀다. 화장실로 향하는 아주머니들도 보였다. 달리기 전에 먹을 것도 사고 일도 보는 시간인가 보다.

매점 앞에서 멈춰 선 버스.

사람들은 내려 먹을거리를 샀다.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차창 밖 매점.


나도 화장실에 갔다가 음료수를 사서 버스에 다시 탔다. 아주머니들은 쌀밥이 담긴 비닐봉지에 고기꼬치를 담아 자리에 앉았다. 저녁식사인가 보다. '나도 밥을 사야하나' 고민하는데 버스가 움직인다.

비닐 봉지에 밥과 꼬치를 담아온 아주머지.


너무 느렸다. 고속도로에 들어선 버스는 좀처럼 속력을 내지 못했다. 속도를 올리다 만 것 같았다. 그리고 문도 여전히 열어 둔 채 였다. 버스 앞에 놓인 아담한 TV에서는 처음 보는 라오스 뮤직비디오가 나왔고,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은 토크쇼라도 하듯 큰 목소리로 웃음꽃을 터뜨렸다. 마치 관광버스를 타고 놀러가는 것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왠지 일어나서 관광버스 춤이라도 춰야 할 것만 같았다.

라오스 뮤직비디오가 나오자 아주머니들은 흥겨워 했다.


흥겨운 버스 여행은 아무래도 좋았지만, 속도가 문제였다. 이렇게 천천히 가다가 오늘 안에 버스에서 내릴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해는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벌써 산 뒤로 넘어가 버리고 버스 안은 잠잠해졌지만, 버스는 여전히 문을 열어둔 채 세월아, 네월아다.

해는 벌써 산 뒤로 숨어버렸다.


곧 칠흑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아까보다는 속도가 빨라졌는지 열린 문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버스가 멈춰섰다. 무슨 일인가 하고 앞을 보니 우리 버스 앞에 다른 버스 한 대가 서 있다. 기사 아저씨와 보조석에 있던 청년이 내렸다. 영문을 몰라 웅성거리던 사람들도 버스에서 내린다. 나도 따라서 내려가 보니 한 남자가 우리 앞 버스 바닥으로 들어가 뭔가 수리하고 있다. 앞 버스가 고장나서 섰나 보다.

고장난 버스 뒤에서 선 우리 버스.


언제 가려고 그러는 걸까. 이러다가 버스에서 밤을 보내는 게 아닐까. 우리 버스는 고장난 버스 승객 대여섯 명을 태우고 고장난 버스를 남겨둔 채 다시 출발했다. 아, 밥냄새. 저녁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아까 산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도 한 봉지 살 걸 그랬다.

아까 먹다 남은 바나나로 허기를 채울 수밖에. 그때 내 앞자리에 앉은 소녀가 도너츠 모양의 빵을 먹는 모습이 눈이 들어왔다. 맛있겠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바나나와 바꾼 미니 도너츠.


"바나나랑 빵이랑 바꿀래요?"

바나나를 내밀며 손으로 빵을 가리키자 소녀가 수줍은 표정으로 빵을 하나 준다. 아싸! 이게 바로 물물교환이구나. 바로 안 입 베어 먹었다. 혀 끝에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빵이 있을 줄이야. 빵 크기가 작은 게 너무 아쉬웠다. 절대 하나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다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소녀에게 바나나를 내밀었다. 다시 물물교환 성공!

아예 도너츠 봉지를 내미는 소녀.


조그마한 빵을 조금씩 아껴 먹는데 앞에서 빵 봉지를 든 손이 쑥 나온다. 내가 불쌍했나. 이게 바로 라오스의 인심이다! 저 빵이 소녀의 저녁식사일 텐데... 그래도 성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빵을 하나 더 집어 먹고 소녀에게 '이제 괜찮다'고 말했다.

찬바람이 들어오는 버스 안은 추웠다.


어렵게 버스 안에서 빵과 바나나로 저녁식사를 마치자 그제서야 긴장이 풀어진다. 바람이 차졌지만, 버스 문은 닫힐 줄 몰랐다. 원래 버스가 문을 열고 달렸나. 신기하게도 다른 승객들은 이불이나 겉옷을 죄다 가지고 있었다. 깊어가는 밤, 버스 안에서 반소매 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아,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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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 jewelryonline-shop 2012/05/15 2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절대 하나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다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소녀에게 바나나를 내밀었다.

생애 첫 히치하이킹, 눈 뜨기 힘들었다

라오스 여행기 2011/07/05 08:00 Posted by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
'산'에게 여행 중에 만났던 할머니를 다시 만났다고 했더니 신기해 한다. 그러더니 '신들이 신전에서 만나게 해 준 거 아냐'라는 해석까지 내놓는다.

우리 셋은 갑자기 경사가 심해진 계단을 낑낑대며 올라갔다. 제일 먼저 눈 앞에 들어오는 것은 엉뚱하게도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들이었다. 반갑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오래된 사원 왓푸와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뭐, 주저없이 물 한 병을 사긴 했지만...

나무 사이로 보이는 돌계단.

정상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

지금은 폐허가 된 유적.


태국 커플은 코코넛 풀빵을 한 봉지 사왔다. 우리는 평평한 돌 위에 앉아 바나나와 풀빵을 먹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온다. 아, 좋다. 마치 등산와서 쉬는 기분이다. 전망도 멋졌다. 우리가 구경했던 사원은 물론 먼 곳의 마을과 나무도 희미하게 보였다. 신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주말마다 왓푸 정상에 올라와 경치 구경도 하고 책도 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았다.
 

달콤한 코코넛 풀빵.

어디를 가나 먹을거리는 파는 노점은 꼭 있다.


정상에 있는 사원도 힌두교 신들이 조각돼 있는 석조건물이었지만, 안에는 역시 불상이 있었다. 태국 커플은 또 다시 불상 앞에 절을 했다. 불심이 깊은 커플이다. 사원 주변에는 신기하게 생긴 악어 석상과 코끼리 석상도 있었다.

정상에 있는 사원의 모습.

아래에 있는 사원처럼 석조건물이다.

사원을 지키고 있는 석상.

무시무시한 조각.

햇살이 쏟아지는 사원 안.

이 사원 안에도 불상이 놓여져 있다.

사실적인 조각.

매점과 사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원 뒷부분 지붕은 최근에 만들어 올린 것이었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오후에 참파삭을 떠나려면 슬슬 내려가야 했다. 발길이 쉽게 안 떨어진다. 천천히 계단을 다 내려오니 솔솔 불어오던 바람은 어디로 가고 머리 위로 뜨거운 햇살만 쏟아진다.

신기한 코끼리 바위.

악어 바위.

'산'이 찍어준 사진.


사원 입구에 있는 박물관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아, 자전거를 타고 돌아가려니 끔찍하다. '툭툭 타고 갈까?'하고 태국 커플에게 슬쩍 물어봤더니 '자전거 타고 가면 금방인데 왜?'라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온다. 사실 사원 근처에 툭툭도 없다. 콜택시처럼 부를 수도 없고.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사원.

한창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 사원.

왓푸, 안녕~


이를 악물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신전에서 신선놀음을 하다가 내려온 인간 세상. 더 고달프다.
다행히 얼마 안 가 태국 커플이 멈춰섰다. 점심을 먹고 가자고 했다. '산'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뭐라고 뭐라고 하더니 식당에서 제일 잘 하는 국수를 시켰다고 했다. 1만 낍짜리 국수였다.
 

사막 위 오아시스처럼 느껴진 식당.


진한 국물이 일품인 국수.

문구류나 과자를 파는 가게가 식당 옆에 있다.


이상했다. 어제 저녁 식당에서부터 라오스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자유로운 '산'. 그래서 라오스어를 공부했냐고 했더니, 태국어랑 라오스어가 거의 비슷해서 뜻이 통한단다. 몰랐던 사실이다.

아주머니가 식탁으로 가져다 준 국수는 면발이 꽤 두꺼웠다. 후루룩~후루룩~ 면발은 생각보다 질겼지만, 진한 고기국물은 맛있었다. 우리 셋 다 배가 꽤 고팠나 보다. 국수 그릇을 비울 때까지 아무도 말은 안했다.

잘 어울리는 태국 커플.


"그런데 김치가 한국 음식이야? 일본 음식이야?"
"응? 한국 음식이지!"
"그렇지? 그런 것 같았는데 일본에서도 김치가 나오더라고."

국수를 다 먹은 '산'이 예상치도 못했던 질문을 한다. 일본에서도 김치를 담궈 수출한다고 하더니, 외국 사람 입장에서는 헷갈린가 보다. 김치는 한국에서 유래한 고유 음식이고, 한국에 와서 식당에 가면 김치를 맘껏 먹을 수 있다고 말해줬다. 태국 커플은' 맘껏 먹을 수 있다'는 말해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차량도 수송하는 큰 뗏목.


그래도 배가 부르니 고통이 덜하다. 우리 셋은 기분 좋게 자전거를 타고 아침에 출발했던 거리로 돌아왔다. 태국 커플을 못 만났다면 심심할 뻔한 왓푸 여행.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루 더 머물다가 돈뎃으로 간다는 '산과' '에'와 이메일 주소를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눴다.

"즐거웠어~ 계속 연락하고 지내자!"
"응, 나도 다음에는 자전거 여행해야겠어~ 여자친구랑~"
"하하~ 그래, 여자친구랑 꼭 태국으로 놀러와~"

반대편으로 가는 뗏목.


태국 커플을 보내고 숙소에서 짐을 챙겨 나왔다. 주인 아저씨가 툭툭으로 강가까지 데려다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저씨가 외출 중이란다. 그렇다고 먼 거리를 걸어갈 수도 없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보다 못한 주인 아주머니가 다짜고짜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잡는다. 오토바이에 탄 아저씨는 5천 낍만 주면 강가로 데려다 준다고 했다. 뭐, 가릴 때가 아니지. 퀵 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기분으로 배낭을 어깨에 메고 오토바이 뒤에 탔다. 역시 스릴 만점! 오토바이는 내가 급해 보였는지 전속력으로 강을 향해 달렸다.

내가 머물렀던 숙소의 모습.


어제 툭툭을 타고 숙소로 올 때보다 훨씬 빨리 강가에 도착했다. 고맙다면서 5천 낍을 오토바이 아저씨에게 건넸더니 나보다 더 고마워 한다.

강가에는 올 때 탔던 배는 안 보이고 승합차와 트럭이 실려 있는 커다한 뗏목만 보인다.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 얼른 올라탔다. 요금을 받는 아저씨에게 1만 낍을 내고 '버스를 어디서 타냐'고 영어로 물었더니 아무 대꾸도 없이 가버린다. 뗏목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균형을 잡으면서 앞으로 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려는데 옆에서 덩치 좋은 아저씨가 다가와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본다.

"빡세 쪽으로 가서 버스 타고 비엔티엔으로 가려고요."
"그래요? 그럼 이 승합차 타세요."


안을 들여다 봤더니 아이들과 할머니가 타고 있다. 이상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우선 탔다. 이 가족은 태국에서 여행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란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바로 '한국차 성능이 좋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내가 탄 승합차는 우리나라 차였다.

강을 건너 멈춰선 뗏목은 육중한 다리를 땅 위로 뻗었다. 이제는 승합차가 움직일 차례. 승합차는 기다렸다는 듯 경쾌한 콧노래를 부르며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아, 편안한 승차감. 툭툭만 타다가 오랜만에 탄 승합차의 승차감은 너무나 좋았다. '빡세까지 얼마나 걸릴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승합차는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섰다.

"여기서 내려서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세요."
"네? 빡세까지 안 가세요?"
"아, 아뇨 저희는 다른 방향인데요."

이런, 좋다가 말았다. 풀이 죽은 목소리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승합차를 떠나 보냈다. 아저씨는 버스 타는 곳까지만 데려다 준다는 말이었는데 나만 김칫국부터 마셨다. 그래도 큰 길로 편하게 나온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이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프랑스 여성들.


횡단보도가 보이지 않아 무단횡단으로 길을 건넜다. 버스 정류장은 보이지 않았지만, 여행자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이 길가에 서 있는 걸 보니 버스가 오기는 오나 보다. 배낭을 땅에 내려놓고 버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버스는 안 오고 트럭들만 쌩쌩 지나간다. 큰 일이다. 오늘 버스를 타고 비엔티엔으로 올라가야 안전하게 비행기를 타고 집에 갈 텐데. 여성들도 답답한지 시계만 계속 쳐다본다.

트럭 짐칸에 올라탔다.


그때 갑자기 한 여성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버스보다 히치하이킹으로 가려나 보다. 아, 나도 히치하이킹을 해야 하나. 어, 손을 든 여성을 보고 트럭 하나가 저 앞에서 멈춰섰다.

여성들은 짐을 들고 트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도 본능적으로 배낭을 들고 그 뒤를 쫓아갔다. 그 여성은 트럭 운전석으로 뭐라고 하더니 트럭 뒤 짐칸에 짐을 올리고 낑낑대며 올라탄다.

거센 바람에 힘들어 하는 여성들.


"어디로 가세요?"
"빡세 쪽 버스 정류장이요."
"저도 타면 안 돼요?"
"빨리 타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마치 재해 현장에서 구조되는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트럭 뒤에 올라탔다.

아이쿠, 짐칸에 올라 가뿐 숨을 몰아 쉬는데 트럭이 급출발을 한다. 옆에 있던 여성이 내 팔을 잡지 않았다면 트럭에서 떨어질 뻔했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


"정말 고마워요. 어디서 오셨어요?"
"프랑스요. 라오스 여행 중이예요."

니콜처럼 프랑스에서 온 여행자들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거센 바람소리 때문에 눈을 뜨기도 입을 열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흙먼지도 장난이 아니다. 생각지도 못한 히치하이킹. 그것도 트럭 짐칸이라니. 그나마 짐칸 맨 앞 부분에 붙어 있는 한글 스티커가 위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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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here to get free beats

    2012/05/17 16:24 Tracked from where to get free beats  삭제

    박정호 기자의 양을쫓는모험 :: 생애 첫 히치하이킹, 눈 뜨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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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토지킴이 2011/07/06 17: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여행이란 도발상황도 웃어넘기고 갈수있는 그런 여유죠^^
    작은 도넛 봉지를 거부하시는 기자님은 대인배의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좋은글 기분좋은 여유 잘봤습니다. 행복하세요.

  2. mattress 2011/12/11 1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imhaejin 가파른 계단을 신음 시작, 아, 꽤 흥미로운해야합니다.

    • Plattformlift 2012/04/20 2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작업을 검사합니다. 적어도 타이 치거나 자전거를 타고. 그것은 얼마나 창조적인 것이 운동이 될 수 믿기지가 않는 군.

  3. HCG diet Canada 2011/12/18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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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mattress cover 2011/12/31 12: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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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김보경 2012/01/01 2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

  6. handyortung kostenlos ohne anmeldung 2012/01/01 2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술은 오늘날 매우 빠른 성장하고있다. 대부분의 시스템은 그들의 인생에 대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기술에 생명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도있다.

  7. italian pussy 2012/01/04 2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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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김보경 2012/01/07 0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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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왓푸, 신기했던 프랑스 할머니와의 재회

라오스 여행기 2011/07/04 07:38 Posted by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
"쟈기~ 안 힘들어?"
"응, 하나도 안 힘들지~ 쟈기~ 너무 가벼운 거 아냐?"
"다행이네~ 이렇게 같이 자전거 타니까 정말 좋다~"

어, 어디갔지? 활짝 웃고 있던 여자친구가 안 보인다. '응 행복해~'라는 맞장구를 치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아무도 없다. 흰 벽만 나를 차갑게 쳐다보고 있다. 꿈이었구나...

처음이다. 여행 중에 여자친구가 꿈에 보이는 건. 그것도 함께 자전거를 타는 꿈을 꾸다니. 어제 태국 커플 자전거에 큰 감동을 받았나 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뇌에 각인된 '커플 자전거'가 꿈이 됐다. 그것도 달콤한 꿈.

길거리에서 파는 바나나.


눈을 감고 잠을 다시 청해봤지만, 소용없다. 의식은 점점 또렷해지기만 한다. 몇시지? 벌써 7시다. 7시 30분에 왓푸로 떠나기로 했으니까 꿈을 꿀 시간도 없다. 억지로 억지로 침대에서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다정하게 자전거를 타는 태국 커플.


"좋은 아침!"
"자전거 하나 빌려주세요."

주인 아저씨가 여자친구를 '잃어버린' 내 마음을 알 턱이 없다. 밝게 인사하는 아저씨에게 아무런 인사도 하지 않고 자전거만 빌려달라고 했다. 착한 아저씨에게 괜히 심술을 부렸다.

활기찬 아침 풍경.

학교가는 학생들.


1만 낍에 자전거를 빌려 타고 거리로 나오는데 뒤에서 '산'이 큰 소리로 나를 부른다. 그 뒤로 '에'가 자전거를 타고 '산'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다정한 커플을 보니 꿈에서 본 여자친구가 더 그립다. '그냥 혼자 간다고 할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사촌이 땅을 살 때만 배가 아픈 줄 알았더니, 혼자 커플하고 놀아주는 것도 배가 무척 아프다.

한적한 농촌 풍경.


마을을 지나 다리를 건넜다.

한 농가에서 말리고 있던 면.


대충 인사를 하고 내가 앞장 섰다. 커플은 시야에서 사라지고 학교에 가는 학생들의 물결이 보인다. 에너지가 넘친다. 서로 장난을 치면서 웃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한 아주머니가 길가에서 바나나를 팔고 있길래 아침으로 먹으려고 한 송이를 5천 낍에 샀다. 그 사이에 태국 커플이 나를 추월해 버렸다. 아, 또 배가 아파온다.

차량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조용한 농촌의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 자전거 라이딩은 상쾌했다.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맞는 기분은 언제나 좋다. 거기에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까지. 신난다.

왓푸를 찾은 사람들을 환영하는 아치.

왓푸 입구에 도착한 태국커플과 나.

왓푸 입장권과 팸플릿.


하지만, 상쾌한 라이딩은 그리 길게 가지 않았다. 다리를 건너 마을 하나를 지나 포장 도로에 들어서자 웃음소리와 노랫소리는 사라졌고, 대신 굉음을 내며 달리는 트럭들과 툭툭이 나를 위협했다. 뭐, 차선이 없으니 딱히 뭐라고 할 말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시원했던 바람은 우리를 따라오지 않았고, 따뜻했던 햇살은 점점 열기를 더해갔다.

"정호! 힘내! 조금만 가면 돼! 이 길만 따라서 쭈욱 가면 왓푸가 나와!"
"그래~ 고마워!"

큰 저수지가 먼저 보인다.

돌무더기만 남은 저수지 주변 유적.

그 옛날 이곳에는 어떤 건물이 있었을까.


굳어가는 내 표정을 본 '산'이 나를 위로한다. '넌 20대고, 난 30대 잖아~힘들다'라고 덧붙이고 싶었지만, 참았다.

항상 여행을 다니면 다짐을 하게 된다. 돌아가면 꼭 운동을 하겠노라고. 저질 체력을 꼭 바꾸어 놓겠노라고. 왓푸로 가는 길, 다시 한번 굳은 다짐을 했다. '나, 운동할래!'라고.

돌기둥이 늘어선 길.

돌기둥의 모습.


조금만 가면 된다는 '산'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수십 대의 툭툭이 지나가고, 수십 개의 논밭을 지나간 것 같은데도 왓푸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앞서 가는 '산'에게 얼마나 더 가야 하냐고 물어보려는데 내 앞으로 또 다시 툭툭 한 대가 끼어든다.

얼굴을 찌푸리고 툭툭을 쏘아봤다. 어?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니콜?' 그래, 분명히 니콜이다. 돈뎃 앞에서 헤어진 니콜이 툭툭에 앉아 있었다. 니콜도 나를 바라본다. 나를 알아본 게 분명했다. 이게 꿈은 아닐까.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했다.

돌기둥 길을 지나면 두 개의 사원이 보인다.

다 쓰러져 가는 사원.

사원들은 보수공사 중이었다.

불에 그을린 듯한 벽.


주저하고 있는 사이 니콜을 태운 툭툭은 눈 앞에서 사라져갔다. 마음 같아서는 쫓아가 툭툭을 세우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친 내 폐달질로 툭툭에 따라붙기는 불가능했다. 정말 니콜이 맞을까. 얼른 왓푸로 달려가 확인하고 싶었다.

화려한 장식은 알아볼 수 있었다.

누가 저 무늬를 새겨 넣었을까.

오래된 사원.


물론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내 속도에 맞춰주던 태국 커플은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얼굴은 땀으로 범벅이 됐고 퇴화했던 허벅지 근육들은 아우성이다.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내고. 고통을 호소하는 허벅지를 바나나로 달래며 겨우 겨우 폐달을 밟아 나갔다. 철인 3종 경기 선수들이 느끼는 고통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파란 아치가 나를 반긴다. '웰컴 투 왓푸'. 인간승리! 마치 마라톤 완주 테이프를 끊듯 아치 아래를 지나갔다.

생생한 조각.

풀만 자라고 있는 사원 내부.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벽.


땀 한 방울 안 흘린 것처럼 깨끗한 태국 커플은 왓푸 정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땀에 젖은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마음씨 착한 '에'는 자기 손수건을 건네준다. 답례로 나는 바나나를 줬다. '산'과 '에'는 바나나를 받더니 '언제 샀냐'면서 웃는다.

매표소에서 3만 낍짜리 입장권을 끊고 왓푸의 지도와 역사가 잘 정리돼 있는 팸플릿을 받았다. 라오스에서 가장 볼 만한 역사 유적지로 꼽히는 왓푸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라오스 남부 크메르 왕조 시대의 사원인 왓푸는 5세기 경 나무로 건축됐지만, 화재로 인해 앙코르 시대에 대부분 다시 만들어졌다.

사원에 걸린 거미줄.

사원 내부 통로의 모습.

돌을 하나씩 쌓아서 올린 벽.


왓푸는 3개 층으로 돼 있는 구조였다. 첫번째 층은 바라이라고 불리는 큰 저수지와 작은 저수지 두 개로 구성돼 있다. 저수지를 지나 가운데 제단 터로 보이는 곳을 넘어가보니 수십 개의 돌기둥이 길 양 옆으로 도열해 있는 광경이 보였다.

기분이 묘했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도 알 수 없는 가벼운 흥분이 느껴졌다. 천년 전 사람들은 신들을 만나기 위해 왓푸를 찾아왔겠지. 풍년을 기원하며, 가족들의 건강을 염원하며 그들이 믿는 신들에게 기도했을 것이다. 유물이 돼 버린 돌무더기 사이 사이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가 숨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보수공사를 진행 중인 사람들.

보수공사를 마치면 어떤 모습이 될까.

사원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들.


돌기둥이 서 있는 길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다 쓰러져가는 석조 건물이 양 옆에서 우리를 맞이했다. 불에 탄 듯 검게 그을린 건물은 군데 군데 허물어져 있었다. 보수 공사 중인지 중장비 몇 대와 안전모를 쓴 사람들이 건물 주변을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래도 건물 윗부분에 새겨진 신의 모습과 화려한 무늬는 또렷했다. 솜씨 좋은 장인이 정성스럽게 새겨 넣었겠지.

우리를 맞이한 뱀신상.

사원의 뒷모습 건물 조각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위로 향하는 사람들.

세월을 말해주는 돌무더기.

위에서 내려다본 사원의 모습.


손으로 만져본 사원의 벽은 따뜻했다. 생명의 온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건물 안에는 무성한 풀 밖에 없었다. 신을 위한 재단이 있었을 텐데 무상한 세월은 모든 걸 앗아가 버렸다. 안전모를 쓴 남성은 2~3년 뒤 복원 공사가 마무리되면 더 보기 좋을 거라고 했다.

사원을 지나가니 뱀신 나가의 석상이 무섭게 서 있고, 그 뒤로 돌무더기가 경사를 따라 계단처럼 차곡 차곡 펼쳐져 있다. 

계단을 올라가다 보면 사원과 저수지가 내려다 보인다.

불상 앞에서 기도하는 태국 커플.


돌무더기를 따라 올라가 뒤를 돌아보니 라오스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프랜지파니' 나무 사이로 쭉 뻗은 길과 사원이 내려다 보인다. '산'에게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하려고 했더니 어느새 커플은 계단 옆 불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 중이다. 왓푸는 힌두 사원으로 지어졌지만, 라오스가 불교 나라가 된 뒤에는 이렇게 불상이 놓여 있다.

다시 계단을 따라 올라가려는데 저 앞에 모자를 쓴 백인 할머니가 서 있다. 니콜이었다.


"니콜! 정말 니콜이었네요!"
"정호! 이렇게 다시 만났네~"

우리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손을 붙잡고 반갑게 인사했다. 서로의 안부와 앞으로의 일정을 물었다. 자세히 보니 니콜은 돈뎃에서 헤어질 때보다 기력이 더 떨어진 것 같았다.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할머니가 오랫동안 더운 나라를 혼자 돌아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30대 '건장한' 남성도 이렇게 힘들어 하지 않나.

긴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니콜은 툭툭 기사가 기다린다며 내려가야 한단다. 저 앞에 태국 커플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두번째 이별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생이별이 따로 없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서로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내가 카메라를 들자 니콜은 활짝 웃어준다. 나도 니콜의 카메라 앞에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왓푸에서 다시 만난 프랑스 할머니 니콜.


"니콜, 건강해요! 꼭 프랑스로 놀라갈게요!"
"나도 한국으로 놀러갈게! 안녕~"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꿈이 아닌 게 분명했다. 우리는 손을 흔들며 스쳐 지나갔다. 나는 위로, 니콜은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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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기자가 쓴 베트남 종단 여행기 '오감만족 베트남' 박정호 기자가 쓴 베트남 종단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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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국토지킴이 2011/07/04 11: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낯선곳의 여행에서의 만남이란 역시예고가없군요^^
    이국의풍경과 느림이느껴지는 사진들 우연한만남
    여행하고 싶은 마음의불씨에 휘발유를....
    좋은글 좋은사진 좋은인연 잘봤습니다^^

  2. laptopbatteries 2011/08/20 15: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떤건 좋은데 저래입고 지하철좀 타지 말앗으면
    미어터지는 상황에 신체접속은 어쩔수 없지만
    시선처리는 대략난감

라오스 여자 아이들은 '전투 축구' 중?

라오스 여행기 2011/06/27 08:24 Posted by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
"왓푸 참파삭?"

강가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다가와 물어본다. 고개를 끄덕이니 뒤에 있는 배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길쭉배보다 더 큰 배에는 이미 두 남녀가 타고 있었다. 일본사람들인 것 같았다. 요금 2만 낍을 건네고 나도 배에 올랐다. 이내 배는 천천히 움직였다. 잔잔한 강물이 화들짝 놀라 물결을 만든다. 배에 타기 전에는 몰랐는데 건너편 산세가 꽤 험하다. 배 위에서 감상하는 경치가 멋지다. 저 어디쯤 고대의 사원이 자리잡고 있겠지. 

"어디서 왔어요?"

산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데 앞에 탄 남자가 말은 건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두 남녀는 활짝 웃는다. 그러더니 내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한국 예찬론'을 펼친다. 연달아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다.

잔잔한 강.


자동차를 실은 큰 배도 다닌다.

강 건너편 모습과 그 뒤로 보이는 험준한 산.


'한국 좋아해요' '드라마가 재미있어요. '음악도 신나요' '영화도 잘 봤어요'

20대 초반인 이 커플은 태국에서 왔다고 했다. 남자의 이름은 '산', 여자는 '에'. 부르기 편한 이름이다. '산'은 환경 NGO에서 일하고 하더니 조그마한 자전거를 타고 여행 중이란다. 내일 왓푸Vat Phou) 사원에 간다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 예쁜 커플이 길동무가 됐다. '산'이 오늘 저녁도 같이 먹자고 해서 약속을 정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태국 커플.

툭툭을 타고 가는 나를 보고 웃는 '산'.



자동차까지 탄 커다란 땟목을 지나 건너편 강가에 도착했다. 오늘 한 건 돈뎃에서 나와 참파삭까지 이동한 것밖에 없는데 벌써 3시가 다 돼 간다. 시간을 도둑맞은 느낌이다. 커플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자전거를 탈 기세다. 찜해둔 숙소까지 자전거를 타고 찾아간다고 했다. 태워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다. 그렇다고 '에'의 무릎 위에 앉을 수도 없고. 무릎 위에 앉는다고 해도 자전거가 쓰러져버릴 거다.

강가에서 여행자 거리까지는 걸어서 가기에는 꽤 먼 거리. '어떻게 가야 하나'하고 고민하는데 태국 커플은 이따 보자면서 자전거를 타고 가버렸다. 한번 타보라는 말도 없이. 그때 인상 좋은 아저씨가 내 앞에 나타났다.

"하루에 3만 낍, 경치 좋아요."

한적한 시골마을.


하늘은 날 버리지 않았다. 아저씨는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이셨다. 툭툭으로 모셔다 주기까지 한단다. 아싸! 얼른 탔다.

덜컹거리는 툭툭에 앉아서 땀을 식히는데 눈에 익은 자전거가 보인다. 태국 커플이 탄 자전거였다. 툭툭을 타고 가는 나를 보더니 '산'이 웃는다. '에'는 뒷자리에 가만히 앉아 모자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낭만적이어라.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같다. 러블리한 배경음악을 깔아주고 싶다. 아, 나도 다음에는 커플 자전거 여행을 해야겠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있던 학교.

카메라를 보자 장난을 치는 아이.


커플의 자전거를 따돌리고 툭툭은 오래된 집 앞에 섰다. 사장님의 말씀대로 경치가 좋았다. 강이 내려다보였다. 방도 꽤 괜찮았다. 커다란 침대에 샤워실까지 갖췄다. 샤워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게스트 하우스를 나섰다.

가끔 자전거가 한 대, 오토바이가 한 대 지나가는 한적한 길을 따라 내려갔다. 다들 일하느라 바쁘느지 사람들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마을 하나를 통째를 나 혼자 즐기고 있는 느낌이다. 아, 그 커플은 어디있지? 이럴 줄 알았으면 저녁 먹기 전부터 같이 놀자고 할 걸 그랬다.

우산을 받쳐들고 자전거를 타는 여성들.


주택가를 벗어나 보니 학교 표지판이 하나 있다. 아이들이 있나 하고 들어가봤더니 잔디 운동장에서 축구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공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이 한국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뛰는 아이들이 대부분 여자 아이들이다. 그 중에서도 교복 치마를 입고 공을 차는 아이들이 많았다. 불편한 치마를 입었지만, 아이들의 투지는 대단했다. 이를 악물고 공을 따라다닌다.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다. 마치 군대에서 하던 '전투 축구' 같았다. 동북아 지역이 강세인 여자 축구 판도가 몇 년 뒤에는 라오스로 넘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전투 축구'를 보는 것 같았다.


축구 경기를 한참 바라보다가 다시 큰 길로 나왔다. 마침 눈 앞에 그새 강했던 햇살이 약해졌다. 한 블럭 내려가보니 꽤 큰 절이 하나 있다. 그 앞 비포장 도로를 손님을 가득 태운 트럭이 흙먼지를 날리며 지나간다. 마치 사막을 달리는 것 같다. 흙먼지가 피어오른 곳을 자전거를 탄 아이들과 우산을 든 아이들이 따라간다. 아이들에게는 흙먼지가 특수효과처럼 느껴지나 보다.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과 함께 소독차의 꽁무니를 쫓아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는 소독차가 내뿜는 하얀 소독약이 구름처럼 느껴졌으니까.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는 자동차.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잡아주는 아이들.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올라와보니 저 앞에 인포메이션 센터가 있다. 간판이 없었다면 센터인줄 몰랐을 만큼 건물 모양이 독특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건물 안은 별 볼일이 없었다. 참파삭과 왓푸 사원을 설명해 놓은 큰 판넬과 화이트 보드에 그려진 지도만 걸려 있었다. 여성 직원 두 명이 책상에 앉아 있었지만, 나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화이트보드에 직접 그린 약도.

참파삭에 대한 설명.

 

인포메이션 센터의 모습.


다행히 속상한 마음으로 밖으로 나온 나를 예쁜 하늘이 위로해준다. 저녁이 가까워오자 한산한던 거리에 사람들이 많아졌다. 다정히 걷는 두 자매도 보이고 무지개 우산을 들고 자전거를 타는 여자 아이도 눈에 들어온다. FC 바르셀로나 메시의 유니폼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아저씨는 귀엽다.
나도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에 휩쓸려 숙소로 돌아왔다. 게스트 하우스 뒤편 강이 내려다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평화로운 오후다. 배 위에서 어망을 만지는 아저씨의 손놀림만 바쁠 뿐이다. 그리고 뒤늦게 내 옆 테이블을 차지하고 않은 쳥년들도 카드 게임에 손놀림이 바빴다.

예쁜 하늘.


즐겁게 걷고 있는 두 자매.

무지개 우산을 들고 자전거를 타는 여자 아이.


약속 장소도 강이 내려다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산'과 '에'가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배가 고픈 우리는 먼저 생선구이, 소고기볶음, 볶음밥 그리고 비어 라오를 주문했다. '산'은 반찬거리를 사왔다면서 봉지 두 개를 올려놨다. 카레맛이 났다. 밥이랑 비벼먹으면 맛있겠다. 자전거를 타고 저 위까지 올라갔다가 샀단다. 내가 아까 운동장에서 본 여자아이들의 축구 얘기를 했더니 '에'가 정말 열심히 한다며 웃는다.

메시 유니폼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아저씨.

어망을 만지는 아저씨.


어느새 화제는 다시 한국 연예인으로 넘어갔다. 태국에서 한국 연예인들의 인기가 정말 좋단다. '에'는 유명 연예인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어디가 예쁘다' '어디가 좋다'면서 나름대로 평가까지 했다. 들어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평론가 저리가라다.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지만, 평가는 이어졌다. 라오스 참파삭에서 한국 연예인들에게 대해 논할 줄이야.

태국 커플이 직접 사온 반찬.

포즈를 잡아준 '산'과'에'.


맛있는 요리

 

어두워진 하늘과 강에는 달이 떴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고기잡이배 몇 척이 달빛보다 더 밝은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두워진 하늘과 강에는 달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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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자유채색 2011/06/27 08: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떠나고 싶어지네요 ㅠㅠ 커플 자전거 여행.. 낭만적인 듯..^^

  2. 밥나무 2011/06/27 2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전거타고 여행중인 커플분들... 완전 낭만여행이네요~~

  3. 국토해양부 2011/06/28 1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치가 정말 예쁘네요. 저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근데 어린여자아이들이 전투축구를^^ 저도 한 번 보고 싶네요~

  4. 우와 2011/06/30 2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투축구ㅋㅋㅋ 혼자 킥킥대며 블로그구경했네요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곳아이들 정말 순수했던것같고
    봉사활동하며 느낀건 운동할때에도 여자는 이래야 한다
    남자는 이래야한다 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것 같아서
    너무 배울점이 많았어요
    좋은곳 구경하고 오셨네요!ㅋㅋ
    저도 잠시 추억에 잡혔다 갑니당*

  5. full memory foam mattress 2011/12/09 17: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같은 매력적인 아, 원래 간단했다.

  6. Orange County Windshield Replacement 2011/12/18 15: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지난 몇 시간 동안이 주제에 대한 정보를 추구하고 게시물이 잘 작성 및 고체 정보를 가지고있을 것으로되었습니다.

  7. Mortgage Repayment Calculator 2011/12/18 1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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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김용대 2012/01/01 18: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티끌모아 태산

  9. kostenlose handyortung 2012/01/02 1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술은 오늘날 매우 빠른 성장하고있다. 대부분의 시스템은 그들의 인생에 대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기술에 생명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도있다.

  10. 김용대 2012/01/07 04: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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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wall decals 2012/01/20 1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운영 객실 제조 시설의 컴퓨터를 관리하는 데 필요합니다.기계는 긴 거리 조작. 사람들은 기계가 작동하는 방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4. Vergleich Tagesgeld 2012/02/06 2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에있는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았지만, 아름다운있다. 사람들은 오늘은 간단하고 그 아름다움은 삶 것을 잊고있다. 사람들은 단순히 사는 것을 잊지 마라.

  15. 알렉 산드라 2012/04/03 2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 먹었습니다.

  16. 노라 2012/04/06 0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습니다, 그것을 사겠습니다

  17. 클레어 2012/05/09 0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18. Madelyn 2012/05/11 0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심 없습니다.

돈뎃의 해먹, 천국이 따로 없다

라오스 여행기 2011/06/15 08:00 Posted by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
돈뎃의 아침 햇살은 오늘도 심술궂다. 더 자도 되는데도 나를 애써 깨운다. 졌다. 짐이나 싸자. 커튼 없는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피해 천천히 짐을 쌌다.
 

떠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익숙해진 것들을 떨쳐내는 것은 고통이니까. 그래서 여행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물론 그 고통과 싸움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떠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고통을 느끼기도 전에 일상에 지쳐 죽을 거다.

'고통'을 느끼며 겨우 짐을 다 쌌을 무렵 누군가 방갈로 문을 두드린다.

생각보다 아늑했던 돈뎃의 방갈로.


"정호! 오늘 가는 거지? 작별 인사하러 왔어! 다음에 소주에 삼겹살 먹자~"

안젤라가 작별 인사를 한다. 아침부터 소주와 삼겹살을 소재로! 안젤라는 돈뎃에 며칠 더 머물다가 캄보디아로 넘어 간단다. 육지로 나가는 배를 타러 안젤라와 함께 강가로 나왔다. 떠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폴란드 청년 아돌도 배낭을 들고 나왔다. 아돌은 북쪽으로 넘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사람들을 태우고 돈뎃으로 들어오는 배들.

돈뎃에 '상륙'하는 사람들.


'이렇게 많이 떠나면 돈뎃은 누가 지키나'하는 걱정이 살짝 들었지만, 다행히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람들을 가득 태운 길쭉배 두 척이 천천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저 사람들도 돈뎃에 푹 빠지겠지? 돈뎃의 평온함과 아름다운 일몰, 그리고 뜨거운 태양까지 사랑하게 될 게 뻔했다. 아, 가기 싫다. 어느새 걱정은 부러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작별인사를 하러 온 안젤라.


마지막으로 강가에 있는 해먹에 누워봤다. 이렇게 편할 수가.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잔잔한 강물이 손에 잡힐 듯하다. 천국이 따로 없다. 안젤라가 소리를 지르기 전까지.

"정호! 배 왔어!" 

돈뎃에서 마지막으로 누워 본 해먹.


배 두 척이 강가에 닿자 사람들은 며칠 전 우리가 그랬듯이 배낭을 지고 차례 차례 내렸다. 그리고 떠나는 사람들은 배에 올라탔다. 안젤라는 손을 한 번 흔들더니 배가 출발하기도 전에 섬 안 쪽으로 사라졌다. 시동을 건 길쭉배들은 레이스라도 펼치듯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안젤라도 길쭉배도 얄밉다.

경주하듯 달리는 배.

멀어져가는 돈뎃.


아돌과 나는 배가 강 건너편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말도 없이 아름다운 풍경만 감상했다. 아돌도 나도 떠나기 싫은 마음은 똑같은가 보다. 우리를 따라온 바람이 얼굴을 어루만지며 위로해도 응어리진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정적만 흐르던 배 안.


아돌과 나는 배에서 내려 버스 티켓을 끊었다. 아돌은 빡세행, 나는 참파삭(Champasak)행이었다. 티켓을 파는 아저씨는 참파삭으로 가려면 버스에서 내려 배를 한 번 터 타야 한다고 했다. 우리 둘은 이제 헤어지는 줄 알고 '여행 잘 해라' '메일 주고 받자'는 작별 인사를 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었건만, 타고 보니 같은 버스였다. 표를 받는 아저씨가 참파삭은 빡세가는 도중에 내리면 된다고 했다.

강 건너편에 도착하는 배들.

아돌과 버스에 타기 전 찍은 기념사진.

아이들은 즐겁게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떠나는 아쉬움에 어색함까지 더해진 상황. 버스 안 분위기 와는 달리 차창 밖 아이들은 즐겁게 흙장난을 하고 있다. 버스는 비포장 도로를 지나 시원하게 뻗은 도로 위를 달렸다. 익숙한 들판과 농가를 배경으로 버스는 신나게 달렸다.

참파삭으로 가는 길에는 익숙한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참파삭을 경유해 빡세로 가는 미니버스.


"참파삭!"

깜빡 졸았나 보다. 참파삭에서 내리라는 아저씨의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아돌에게 진짜 작별 인사를 하고 정신없이 내렸다. 버스는 떠나고... 둘러보니 내린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다. 혼자 버려진 느낌이다. 참파삭을 가리키는 이정표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어디서 배를 타야 할지는 알 것 같았다. 바로 저 앞에 보이는 강이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강이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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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기자가 쓴 베트남 종단 여행기 '오감만족 베트남' 박정호 기자가 쓴 베트남 종단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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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ryamun 2011/06/15 0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평온함을 느끼면 잠시 해먹에서 잠을 청하고 싶어지네요..ㅎㅎ

  2. 아이엠피터 2011/06/15 09: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치 다음시간에라는 기분이 듭니다. ㅠㅠ 천국을 다녀오셨던만큼
    다음 편도 기대해봅니다. ^^

  3. 밥나무 2011/06/15 2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먹에서 느러지게 오후시간을 보내고 싶어지네요~ㅎㅎ

  4. memory foam mattresses 2011/12/15 1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또한 이런식으로 안티 - 관광, 매우 편안 하를 가고 싶어.

  5. Motels in Billings Montana 2011/12/18 15: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게시물은 내가 사람의 특정 그룹에하고있어 분석 도움이됩니다. 당신은이 주제에 제안 다른 기사 있습니까? 감사

  6. 고명진 2012/01/01 2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7. 조용형 2012/01/07 0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8. wall decals 2012/01/20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실 때로는 학생들이 자유를 필요가 없습니다합니다.공부방은 규칙으로 가득 차있다. 이 사실로 인해, 학생들은 어떤 종류의 공부에 즐거움을하지 않습니다.

  9. unlock iphone 3gs 2012/02/02 2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은 4 계절 나라입니다.겨울 N 북미 유럽처럼 춥지 않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아직 충분히 태양 빛을 있습니다.

  10. Girl Games 2012/02/05 2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기업은 한 두 사람과 매우 제한된 예산으로 운영된다. 그들은 마케팅 컨설턴트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더 긴급한 요구와 리소스들이이 제한됩니다.

  11. webmaster forum 2012/02/08 0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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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electric golf caddy 2012/02/22 1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에게 대회에 포함시킬 수있는 기회를 참가하는 것이 많습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몇몇 활동 이벤트가 열립니다.그 결과, 사람들은 더 큰 기회에 포함할 수있게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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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Dresses for Girls 2012/02/27 2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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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USB Flash Drive 2012/02/28 1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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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chinese pussy 2012/03/03 0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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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locksmith melbourne 2012/03/03 0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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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solar energy training 2012/03/05 2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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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outdoor furniture 2012/03/27 09: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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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fast house sale 2012/03/29 2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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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카일 라 2012/04/06 0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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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돌고래는 부끄럼쟁이?

라오스 여행기 2011/06/08 11:31 Posted by 오마이뉴스 박정호 기자
"고~고~"

갑자기 서툰 영어가 들려온다.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니 아저씨가 콩을 안은 채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넋을 잃고 폭포를 바라보는 우리를 재촉하기가 미안했나 보다.
 

가자. 억지로 몸을 돌리는데 어찌된 일인지 폭포 소리가 더 크게 들려 온다. 마치 울음소리 같다. 폭포도 우리를 보내기가 아쉬운 게다. '폭포야~ 바다를 만나 서해까지 흘러오렴~ 우리 거기서 만나자!' 속으로 폭포를 달래주며 주차장까지 돌아왔다.

폭포 앞에서 포즈를 잡은 줄리.


덥다. 시원한 폭포 앞에 있다가 올라탄 터라 차 안이 더 덥게 느껴졌다. 달려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마에 땀이 쉬지 않고 맺혔다. 달리는 찜통이 따로 없다. 에잇, 폭포도 차에 태워올 걸 그랬다.
땀을 닦으며 달린지 20분. 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멈췄다. 강에 배 서너 척이 떠 있다.

"돌핀~캄보디아~고~"

아저씨는 다시 짧은 영어로 말했다. 그래도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돌고래를 보기 위해 이곳에서 배를 타고 캄보디아 쪽으로 가라는 설명!
 

"차보다 배가 훨씬 시원할 거야~"

돌고래를 보기 위해 다시 배를 탔다.


줄리는 신나게 강가로 내려가 배에 제일 먼저 올랐다. 당찬 줄리의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우리가 배에 앉자 개구쟁이처럼 보이는 청년이 모터 앞에 앉아 키를 움켜 잡았다. 깜짝이야. 갑자기 시끄러운 모터 소리가 들리더니 배가 강 위로 미끄러진다. '어른'들이 탔는데 간다는 말도 없이 출발이다. 따끔한 충고를 해주려 했지만, 무리였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는... 참자.

"예쁘다~"

풍경을 찍느라 정신없는 줄리.

마치 물에서 자라는 듯 보이는 나무.

아름다운 풍경.


내 앞에 앉은 줄리는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사를 반복했다. 나도 동감! 구름이 빠져 버린 강과 물 위에서 자라는 것처럼 보이는 나무. 배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정말 예뻤다. 돌고래를 못 봐도 괜찮다. 이렇게 유람하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니까.

유람선을 타고 관광하는 기분이 들었다.


15분 넘게 달리던 배는 서서히 속도를 줄이더니 강 위에서 섰다. 모터까지 숨을 죽였다. 덩달아 우리도 호흡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했다. 눈 앞에는 캄보디아 국기를 단 육지가 보였다. 그렇게 5분이 흘렀다. 답답했다. '어디에 돌고래가 있어요?'라고 큰 소리로 물어보고 싶었다. 100여 마리가 이 주변에 있다고 하던데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히야!"

물 위로 몸을 드러낸 돌고래.


소리를 낸 건 내가 아니라 청년이었다. 청년은 손가락으로 저 앞을 가리키며 뭐라고 말을 했다. 본능적으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돌고래였다. '아~' 이번에는 우리가 소리를 냈다.

저 앞 강물 위로 회색빛 돌고래가 잠깐 나왔다 들어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햇빛을 받은 회색 등이 빛나는 바람에 쉽게 눈에 띄었다. 이걸로 끝인가 했더니 몇 분 간격으로 그 주변에서 돌고래가 숨을 쉬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부끄러움이 많은지 돌고래는 끝내 얼굴을 안 보여줬다.


우리는 보물찾기에 나선 초등학생들 같았다. 마치 보물이라도 찾은 것처럼 돌고래가 보일 때마다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다. 줄리는 손뼉까지 쳤다. 하지만, 너무 먼 데다 돌고래가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져서 아쉬웠다. 돌고래 쪽으로 배를 가까이 대면 놀라서 도망가서 이 정도도 보기 힘들다고 한다.

상상과 현실의 괴리감은 컸다. 영화처럼 돌고래들이 배 주위에서 힘차게 점프하며 다닐 것 같았는데 눈 앞에 나타는 돌고래는 죄다 등만 살짝 보일 뿐이다. 절대 얼굴은 보여주지 않았다. 강에 사는 돌고래들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그럴까.

캄보디아 국경 마을에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 위에서 돌고래를 이 정도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보물찾기에 지칠 때쯤 청년은 배에 시동을 걸어 캄보디아 땅에 우리를 데려다줬다. 생각지도 않았던 캄보디아 상륙이었다.

배에서 내려 고운 모래를 밟았다. 모래 위에서 아이들을 지나 높은 지대로 올라갔다. 우리 뿐만 아니라 이미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오두막 주변에 앉아 있었다. 한 남자는 돌고래에 대한 미련을 못 버렸는지 망원경으로 계속 강을 응시하고 있었다.

미련을 못 버리고 강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

강변에 만든 밭에 물을 주는 여성.


평화롭고 나른했다. 아이들은 모래 위에서 뛰어 놀았고 여자 아이들은 모래에 만들어진 밭에 물을 줬다. 줄리는 돌고래보다 아이들이 더 좋은가 보다. 오두막 대신 모래 바닥에 털썩 앉아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셔터를 누르면서 투덜대는 줄리가 귀엽다.

"나도 저렇게 신나게 놀고 싶은데 잘 안 된단 말야."

캄보이아 국기 아래 서 있는 돌고래상.


위 아래 파랑과 가운데 빨강에 3개의 탑. 분명히 오두막 뒤에는 캄보디아 국기가 휘날리고 있었지만, 풍경은 돈뎃과 비슷했다. 국기 아래에는 돌고래를 돕자는 메시지가 새겨진 하늘색 조형물이 서 있었다.

늦은 오후, 배를 이리 저리 살피던 청년이 우리를 부른다. 이제 돌아갈 시간. 배에 올라타서 마을 쪽을 바라봤다.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 아이가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든다. 안녕, 캄보디아~

떠나는 우리에게 손을 흔드는 여자 아이.


아쉬운 마음에 이리 저리 살펴봤지만, 돌고래는 보이지 않았다. 저녁 먹으러 갔나 보다.  아까 캄보디아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탄 배와 탐스러운 구름만 보인다.

탐스러운 구름만 남았다.


배가 멈춰선 곳에는 아저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합차를 타고 돈뎃 건너편으로 달렸다. 엔진 소리와 바람 소리에 귀가 아플 정도였지만, 맨 뒷자리에 앉은 콩과 콩의 누나가 쿨쿨 잔다. 세상 모르고 자는 모습이 귀엽다.

아이들의 자는 모습이 귀엽다.


우리가 내릴 쯤에 콩이 잠에서 깼다. 차에서 내리자 마자 걷는다. 아저씨에게 작별 인 사를 하며 '콩이 훌륭한 축구 선수가 될 것 같다'고 말해줬다. 내 말을 알아 들었는지 아저씨는 수줍게 웃는다. 콩에게도 인사를 하려고 했더니 벌써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승합차로 우리는 안내해준 가이드 아저씨.

돈뎃으로 가는 배를 타는 곳.


 
다시 배를 타고 돈뎃으로 향했다. 해가 또 지고 있었다. 해는 구름에 가려져 불타 오르고 있었다.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게 올라오는 기분이다. 돈뎃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일몰이구나.

돈뎃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일몰.


아름다운 돈뎃의 일몰.


돌아온 돈뎃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었고, 남자 아이들은 소를 끌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 소리도 들려왔다. 모든 게 변해도 돈뎃은 이 모습, 이 느낌 그대로 남아있을 것만 같았다.


"돈뎃에 온 건 정말 행운이야. 어디서 이런 휴식을 얻겠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런던에서 정신없이 살다가 긴 휴가를 보내고 있는 줄리는 돈뎃에 흠뻑 빠져 버렸다. 그래, 어디서 이런 휴식을 얻을 수 있을까. '돈뎃밖에 없어!'라고 맞장구를 쳐주려는데 그새 줄리는 내 옆에서 사라졌다. 다시 카메라를 들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줄리. 정말 못말리는 아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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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기자가 쓴 베트남 종단 여행기 '오감만족 베트남' 박정호 기자가 쓴 베트남 종단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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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ryamun 2011/06/08 13: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 멋진 곳이네요..
    가난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은 순순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2. select comfort mattress 2011/12/08 2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캄보디아지도 자연스럽게 땅, 캄보디아, 아, 매우 원시적인 장소이다 생각 했어요.

  3. Dyeable Prom Shoes 2011/12/18 15: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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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김보경 2012/01/01 0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

  5. 아가 2012/01/07 0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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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handyortung kostenlos 2012/01/16 0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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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Tagesgeld 2012/02/08 18: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미로운 여정은뿐만 아니라 사진 촬영. 전 그게 민물 돌고래 생각합니다. 그것은 국가 정화 만난 난 겨우 몇 아시아 해역 생각하고 있습니다.

  8. Alyssa 2012/04/04 0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를 어디로 데려가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