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 창조하는 '창조 경찰'?

정치-사회 이야기 2014.02.26 10:26 Posted by 양을쫓는모험님

# 장면 1

"건드려? 어디서 기어올라 이 XX야!"

지난 1월 6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박근혜 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가 열린 수원의 한 성당 앞에서는 욕설이 난무했습니다.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시국미사를 막기 위해 몰려든 50여 명의 보수단체 회원들과 성도들의 충돌이었습니다.

시국미사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은 성당 안에도 많이 있었지만, 성당 밖에도 꽤 있었습니다. 보수성향의 시민들이 모여드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시국미사를 막으러 가자'는 글이 올라오는 등 충돌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사 전부터 보수단체 회원들과 신자들이 실랑이를 했습니다.

아차하다가는 사람이 다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경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권총까지 등장했습니다.

한 군복 차림의 노인은 갑자기 허리에서 총을 뻬들고 자신을 막아선 성당 관계자를 향해 "이건 늙는 놈 호신용이야, 경찰이 있어도 상관없어. 이 XX야!"라고 외치며 위협을 가했습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더군요. 진짜 총이 아닐 거라는 걸 알면서도 지켜보고 있던 저도 흠칫 놀랐습니다. 쉽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미사가 끝난 뒤에도 충돌은 이어졌습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신부들을 향해 막말을 퍼부었고, 일부 회원들은 신부들의 차를 몸으로 막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끝내 경찰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장면 2

25일 오후 3시 40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할아버지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더니 수문장 교대식이 끝날 때쯤에는 할아버지들의 숫자는 수십 명으로 불어나 있었습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이었습니다. 건너편 서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민주노총 국민파업대회에 대항한 맞불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서 모인 겁니다.

걱정이 됐습니다. 대한문 앞에는 쌍용차 노조원들이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충돌이 일어날 거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버이연합 회원들과 이를 막아선 쌍용차 노조원들이 충돌했습니다.

"야, 이 XXX야! 뭐야? 너는 애미 애비도 없어?"

욕설을 뱉어내는 할아버지들과 노조원들은 뒤엉켰습니다. 한 할아버지는 한 노조원의 다리를 붙잡고 쓰러뜨렸습니다. 넘어진 노조원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도 지켜보던 할아버지들은 이 노조원의 볼을 꼬집고, 끌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경찰들이 출동했습니다. 이미 주변에는 경찰 병력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충돌이 벌어지고 나서야 투입됐습니다. 경찰들은 어버이연합 회원들을 보호하며 노조원들과 시민들을 바깥으로 밀어냈습니다. 경찰이 들어온 뒤에도 한참 동안 여기 저기서 충돌이 이어졌습니다.
충돌이 예상된 상황에서도 왜 경찰은 미리 나서지 않았을까.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렇지 않아요. 그것도 빨리 들어오면 또 빨리 들어왔다고 뭐라고 그러니까."

어버이연합이 뭐라고 그럴까봐 그랬다니... 이들의 기자회견은 구호를 외치는 등 집회로 변질됐지만, 2백여 명의 경찰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기자회견장 주변을 에워싸며 끝까지 보호했습니다.

보수단체 회원들을 보호하며 충돌을 '창조'하는 박근혜 정권의 경찰.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취임 1주년 대국민담화에서 '국민행복시대'를 강조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국민은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만 말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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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쾌한상상 2014.02.26 17: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가짜정권에 심판이 있을것이라 믿습니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