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렐루야!"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단상 위에 올라선 서세원 목사의 일성이었다. 서 목사 아니, 감독이라고 해야갰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단상에 올라선 서 감독은 "짧게 기도하겠다"며 눈을 감았다. 


기도? 기도라니...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 제작 발표 기자회견인데. 이런 '합리적' 의심은 나의 믿음이 부족한 탓일까. 내 주위 사람들은 자연스레 눈을 감고 서 감독의 기도 구절 구절 마다 '아멘'이라고 화답하고 있었다. 


"우리는 비천한 벌레같은, 쓰레기 같은 인생입니다. 정의를 보여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올바름을 알려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짧지만 강렬한 기도문이었다. 이미 기자회견장은 은혜로운 예배당이었다. 단지 십자가만 빠졌을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영화 제작 후원회장도 전광훈 목사다. 전 목사는 "대한민국 영화제작, 영화예술계 90% 이상이 좌파였다"며 진흙 속에서 찾아낸 진주 마냥 서 감독을 '모셔온 것을' 뿌듯해했다.


서 감독이 마이크를 잡기 전에 몇몇 보수 인사들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영화 '변호인'과 영화 '괴물' 등을 좌파 세력의 영화로 규정하며 '이승만 영화'를 '변호인'을 넘어서는 히트 영화로 만들자고 열변을 토했다. 청중의 박수소리는 컸다.


서 감독의 '썰'은 그대로였다. 예전 TV 토크쇼를 이끌던 모습이 아른거렸다. 그에게 집중하고 있는 수백 명의 청중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이승만 영화'를 어떻게 제작할지 설명하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났다는 '간증'을 했다. 앞 뒤에서 나지막히 '아버지' '아멘'이라고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승만 그러면 친일파, 천하의 나쁜놈 이승만이라고 배웠다. 책 보고 찾아보니 일본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30만불 현상금 걸었더라. 친일파인데 현상금을 걸어요? 짜고 쳤나?"


원래 이런 분이었나. 서 감독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역사 교과서 논란 겨냥 발언과 색깔론 발언까지 쏟아냈다. 


"역사를 바로 세운다고 만날 떠드는 놈들이 김일성 역사는 왜 바로 못 세워? 이해가 안 가요... 3천만 명이 줄을 서서 이 나라를 지켜야 해요.. 또 빨갱이들로부터 이 나라를 지켜야 해요."


아차 싶었을까. 서 감독은 수습에 나섰다.


"공 뿐만 아니라 과도 넣어서 다음 대통령이 우를 범하지 않게 할 겁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이념 버리고 하나 돼야 합니다. 이 영화 완벽이 끝내고 이 영화 끝내면 김구 선생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까지 해야지. 인물전, 위인전 다 해서 다시는 우를 점하지 않게 자손들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첫번째 단추인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입니다. 대한민국 1등 국민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난 서 감독의 발언에 많은 사람들이 은혜를 받은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은 인사들도 있었다. 한 보수인사는 과를 집어 넣겠다는 서 감독에 반발해 단상 위로 올라왔다. "3.15 부정선거는 자유당의 잘못이지 이승만 전 대통령은 관련 없다"고 못 박았다. 다음 영화는 박정희 대통령을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리고 예상 시나리오가 단상 벽면에 프로젝트 빔으로 쏘아졌다. 스크롤되는 화면이라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종교적인 내용이 꽤 되는 것 같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개신교를 접하는 과정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감옥에서도 간수를 영적으로 감동시키는 부분도 보였다.


서 감독은 '이승만 영화'에 외국 배우 출연 분량이 많다며 할리우드 배우들을 캐스팅해 해외 영화제 수상까지 노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 흥행도 자신하는 것 같았다. 올해 여름에 촬영에 들어가 내년 8월에 개봉하겠다고 한단다.


그렇게 1시간 30분이 넘게 진행된 기자회견은 장밋빛으로 마무리됐고, 청중들은 '전도사님' '집사님'이란 호칭으로 서로에게 친밀감을 표시한 뒤, 삼삼오오 자리를 떠났다


좋지 않은 사건으로 연예계를 떠났다가 목사가 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서 감독. 이미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든 경험이 있는 서 감독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어떻게 영화로 그려낼까.


아직까지 서 감독이 외친 '할렐루야'와 '빨갱이'가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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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몽실흰별 2014.05.31 14: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토크박스 등 화려한 언변과 개그가 좋았는데, 똥같은 영화라느니, 빨갱이라느니....편협하고 무서운 사람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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